Q: 올해로 예순인데 건강상의 이유로 6개월 전에 퇴직했습니다. 취미도 없이 일만 해왔는데 이제는 삶을 좀 즐기면서 살아야겠다 싶어 색소폰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악기를 처음 다루니 서툴고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 자꾸 주변 눈치가 보입니다. 괜히 신청했나 싶은 마음도 들어 학원 가는 게 망설여집니다.
A: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떠오른 일화가 있어 나누고 싶습니다. 5살 여자아이가 울고 있어 엄마가 이유를 물으니 “실수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실수하는 내가 싫어”라고 하는 겁니다. 엄마는 딸을 꼭 안고 “실수하는 것이 왜 싫어?”라고 묻자 딸은 “자꾸 넘어지고 부딪혀서 아픈 게 싫어. 실수 안 하려고 하는데 자꾸 실수해”라며 고개를 숙입니다. 엄마는 아이를 토닥입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된단다. 그런데 조금 더 재미있게 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어. 익숙하지 않은 것을 처음 하려면 실수를 하게 되거든. 실수를 하면 ‘아! 이렇게 하니까 이렇게 되는구나’ 하고 알게 되어 생각주머니가 점점 커지는 거란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실수를 하는걸.”
이 일화처럼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상황에서 실수를 하게 되고, 실수에 대한 나름의 개념에 따라 대처하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가령 실수를 실패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실수할 때마다 움츠러들고 두려워집니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결론이 나는 상황에서 자신이 한 행동, 즉 ‘실수’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가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실수가 많을수록 그 경험들을 잘 정리해 둔다면 그만큼 많은 정보들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새로운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자세는 실수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색소폰을 불기 위해 복식호흡을 나름대로 연습했는데 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면 ‘어휴, 또 틀렸군. 난 안돼!’보다는 ‘이번에는 배까지 숨이 내려가는 느낌은 있었어. 다음에는 좀 더 숨을 참아보자. 새로 하나 배웠네’라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실수할 때마다 새로 배운 것을 찾는 연습이지요. 단순해 보이지만 실수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갖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수용적인 자세를 갖게 되면,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 여정에 든든한 지팡이가 될 것입니다.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꾸밀 수 있는 새로운 배움의 길에 들어서신 것을 축하드리며 힘차게 나아가시길 응원합니다.
김연진 에코(ECHO)행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