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위원회 이견 못좁혀
보수·극우단체 등 항의시위도
초안 마련돼 20일 첫 공청회
보수·극우단체 등 항의시위도
초안 마련돼 20일 첫 공청회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 인권헌장’의 초안이 마련돼 20일 첫 공청회가 열린다. 차별금지 사유를 규정할 때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2시 시청 별관 후생동 4층 강당에서 공청회를 열어 ‘서울시민 인권헌장(안)’ 초안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모아 나가겠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서울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점에서 공동체의 상생과 안전, 복리를 위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해 왔다.
인권헌장을 만들고 있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는 지금까지 5차례 회의를 열어 인권헌장 전문과 일반원칙 대부분에 합의했으나, 성 소수자와 관련한 문구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초안을 보면, 제1장 일반원칙 가운데 차별금지 사유를 규정한 제4조가 미합의 사항이다.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중략)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자는 의견과 “서울 시민은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안전과 관련한 권리를 담은 제3장에서도 “서울시는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처한 시민을 특별히 고려한다”는 문구에 ‘여성, 아동, 노약자,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언급할지를 더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서울시 인권정책팀 관계자는 “의견 차이가 워낙 커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수·극우단체들과 일부 종교계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 9월 미국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는 보도 이후 항의 전화와 시위, ‘박원순 시장은 친동성애?’란 제목의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서울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중략)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청회 이후 28일로 예정된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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