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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상담실
Q: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연금이 70여만원 나오지만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부족할 뿐 아니라 사지 멀쩡한데 쉬는 것도 불안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바쁩니다. 문제는 줄어든 소득에 맞춰 살아야 하는데 매달 청구되는 신용카드 결제금은 도무지 줄지 않습니다. 할부금도 여전합니다. 할부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새로 교체해야 하는 가전제품들이 있어 결국은 새로운 할부가 시작됩니다. 이 나이에도 돈이 중요한 기준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합니다.
A: 얼마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연구원이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유급휴가만 11주인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대장장이가 된 전문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현대인들이 직업을 통해 돈을 벌지만 직업을 벗어난 모든 영역에서 한없이 무능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살림살이 경제를 강조하는 홍기빈 소장님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간적·자연적 요소들은 물론 화폐나 법적 권리 등과 같은 사회적 요소들까지 모두 화폐를 통해서 얻고 처분할 수 있는 상품의 형식을 띠게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한마디로 도구 패러독스에 빠진 것입니다. 편리한 생활이라는 명분으로 도구를 구입하고 끊임없이 교체하지만 정작 그 도구를 마련하기 위해 돈 버는 일에 매달려야 합니다.
살림살이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그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퇴직 후 줄어든 소득구조에서 생활의 여러 도구들을 유지관리하고 교체비용을 치르느라 적자구조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여기는 모든 도구는 그 자체가 불편한 다른 노동의 대가인 화폐를 통해 내 손에 들어온 상품일 뿐입니다. 편리함이란 불편함이 전제된 것이고, 그 자체가 지속적인 만족감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상품을 소유하기 위한 우리의 노동 자체가 돈벌이에만 한정되는 것이 좋은 삶, 행복한 일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생활의 불편을 돈이 아닌 살림노동으로 대체하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의 후반전을 더욱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유한 물품 목록을 작성해 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과감히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소유한 상품이 줄어들면 할부금과 렌털비용, 전기요금과 교체비용 등이 줄어들면서 매달 부담해야 할 고정지출도 줄어듭니다. 고정지출이 줄어들면 후반전 일자리를 찾을 때도 소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차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노동 또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자아실현을 위한 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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