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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손녀와의 행복한 문자 대화

등록 2014-12-02 20:07

시니어 통신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잘 잤다. 너도 잘 잤니?” 아침저녁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손녀와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내 일과 중 하나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세린이는 며칠 전 감기에 걸렸다. 난 감기약으로 한약을 지어 보내주었다. 이튿날 아침 손녀딸에게 “잘 잤니? 할아버지가 지어준 약도 잘 먹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어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네! 할아버지도 즐거운 하루 되세용~^^” 순간 ‘용’자가 눈에 거슬렸다. 요즘 또래끼리 쓰는 유행어인가 본데 아마 생각 없이 썼을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바로잡아줄까 생각한 끝에 “고마워, 시린아! 그런데 말이지 어른들과 대화할 때는 말끝에 ‘용’이라고 하면 안 돼. 말에는 높임말과 낮춤말이 있단다. 높임말은 주로 어른들이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고, 낮춤말은 자기보다 어리거나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친구 사이에 쓰는 말이란다. 그러니 어른들에게는 그런 말 쓰면 안 되겠지. 잘 알겠니? 우리 손녀, 세린이 사랑해!” 하고 조심스레 일러주었다.

사실 문자를 보내면서도 전전긍긍했다. 친구 사이에서 쓰는 용어를 제 딴엔 자랑삼아 썼는데, 할아버지가 신통하게 생각하고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적을 하면 사기가 죽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서다. 그렇다고 지적을 안 하면 그렇게 해도 괜찮은 줄 알고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쓸 것이다.

바로 문자가 왔다. “네, 할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세린이인데… 왜 시린이라고 말하세요” 하고 항의 조로 답을 보내왔다. 다시 보니 이름을 ‘시린이’라고 잘못 썼다. “아, 그랬구나! 할아버지가 실수했네. 할아버지가 이젠 나이가 많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실수했다. 미안하다. 용서해라”라고 문자를 보냈다. “네, 용서할게요~^^”. 할아버지를 용서하겠다는 손녀의 답장이다. 그 애가 ‘용서’의 뜻을 제대로 알고 썼을까? 아무튼 나는 손녀딸로부터 그날 그렇게 용서를 받았다. 이렇게 조석으로 대화할 수 있는 손녀딸이 있어 행복하다. “세린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정우열(76) 한겨레주주통신원(전 원광대 한의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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