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소투표소 등 투표권 보장 안돼
지난 지방선거서 상당수 투표 못해
지난 지방선거서 상당수 투표 못해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ㄱ씨는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반드시 참여하고 싶었다. “투표를 하러 가고 싶다”고 여러 차례 병원에 말했지만, 병원은 투표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ㄱ씨는 이런 얘기를 ‘정신장애인 선거권’ 실태조사를 하던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교수(사회복지학)를 만나 털어놨다. 박 교수는 5일 “면접조사를 한 정신장애인 상당수가 참정권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입원환자 대다수가 선거권이 있는 성인인데도 대다수 정신병원이 ‘거소투표소’ 설치 등 투표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 입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 수용된 정신장애인은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피성년후견인(옛 금치산자) 판정을 받아 선거권이 박탈된 이들은 극히 드물고, 대다수는 의사결정능력이 있다고 본다. 투표 의사를 밝힌 이들 상당수가 정신분열증이 있는데, 약물치료 등을 받으면 경증의 경우엔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인 서울시립비전트레이닝센터의 최성남 소장은 “정신질환은 지능과 무관하다. 정신과 증상도 24시간 늘 나타나는 게 아니고 약물로 다스릴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선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대다수 정신장애인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도 선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알아도 ‘막연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인권위가 공개한 박 교수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면접조사에 응한 정신장애인 64명 가운데 52명(81%)이 6월 지방선거에 투표 의사가 있었지만 참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17명(33%)은 ‘불참 사유’로 ‘편의시설 등의 미비로 투표하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정신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정신병원 쪽 인식은 여전히 낮다. 박 교수는 “조사를 위해 협조를 구한 대다수 정신병원은 ‘선거권을 보장하는 절차를 시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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