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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돈줄은 ‘중앙’ 사업은 ‘지방’…모순 해결해야

등록 2014-12-15 19:55

중앙-지방정부 재원갈등 해법은
지자체 통한 복지사업 84% 불구
지방정부 예산 증가는 더뎌 혼란
내년 분권교부세 폐지 ‘설상가상’
“복지분권화 원점서 재논의 필요”
무상급식과 누리과정(3~5살 보육료 지원)에서 나타난 중앙과 지방(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재원 갈등을 풀 근본적 해법은 무엇일까? 올해 예산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누리과정 논란은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의 다른 사업 예산을 늘려주는 ‘우회지원’(5064억원) 방식으로 봉합됐지만, 예산이 바닥나는 내년 3월 이후 같은 갈등이 되풀이될 공산이 다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11일 열린 ‘무상복지 논란,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주요 복지사업은 지방정부가 수행하면서도 돈줄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기형적인 ‘복지분권화’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허울뿐인 복지분권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주요 원인으로 지방정부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는 ‘복지분권화’를 꼽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 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 순수 복지사업 67개 분야를 지방에 넘기는 대신 ‘분권교부세’를 신설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양해지는 복지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지방정부와 복지 활동가들에게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기억된다. 급속한 고령화·양극화의 여파로 복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내국세의 0.94%로 제한된 분권교부세의 증가율은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은 14.5%에 이르렀지만, 같은 기간 지방정부 총예산 증가율은 6.2%에 그쳤다.

지역의 복지 욕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복지분권의 취지도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복지사업은 크게 국고보조사업, 지방이양사업, 자체사업 등 세가지로 나뉜다. 국고보조사업은 기초연금, 의료급여 등 중앙정부가 최종적인 정책책임을 갖되, 지자체의 손을 거쳐 시행되는 사업들로 정부와 지방이 재원을 함께 부담한다. 예컨대 사업비가 100억원인 국고보조사업의 기준 보조율이 70%로 정해진 사업은 국가가 70억원, 지방이 30억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일단 개수로 보면 지방정부의 4만여개 복지사업 가운데, 국고보조, 지방이양사업이 각각 42%, 11%를 차지하고, 지방정부 자체사업이 47%로 집계된다. 절반이 지방정부 자체사업이지만 예산으로 따져보면 국고보조·지방이양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84%를 차지하고, 지자체 자체사업에는 16%가 투여될 뿐이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방정부가 재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업조차 국고지원 또는 지방이양 사업의 형태로 지자체로 위임하고 있다”며 “이들 사업의 선정기준과 선정방식, 운영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분권교부세 폐지…지역복지 ‘위기’

더 큰 문제는 내년 이후다. 지방정부 복지사업을 위해 정부가 배정했던 분권교부세는 올해 말로 폐지되고, 내년부터는 보통교부세로 통합될 예정이다. 2005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된 67개 사회복지 사업 중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양로시설, 정신요양시설 등 국가사업으로 환원되는 3개를 제외한 64개 사업은 보통교부세에서 재원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지출항목이 정해진 분권교부세와는 달리, 보통교부세는 ‘복지 칸막이’가 따로 없다.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지방정부에서 복지 이외의 사업에 예산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방재정에서 복지사업에 쓰이는 비율이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됐지만, 사무 구분과 지방이양에 대해 한번도 검토한 적이 없다. 복지가 확대되면서 필요한 재원은 늘어났는데 상당 부분 이를 지방이 부담하고 있어 모순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 현재 복지 디폴트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석 교수도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정책사업의 경우,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기는 분권화로는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적 성격을 갖는 복지정책과 서비스는 중앙정부가 재정적·행정적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도 “재정책임만 지방에 떠넘겨 놓은 구조는 이미 파탄났다”며 “재정분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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