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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후학들이 내 대신 못 배운 한 풀어달라”

등록 2015-01-06 18:59

김학승 씨의 큰아들은 청주 미원초등학교에 장학금 5천만원을 기탁했다.
김학승 씨의 큰아들은 청주 미원초등학교에 장학금 5천만원을 기탁했다.
“어렵게 살다가도 아이들이 모두 착해 6남매 모두 공부시킬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런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

제주시 구좌읍 송달리에 사는 김경수(81) 할머니는 지난 5일 평생 모은 1억원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제주대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중인 김 할머니는 지난 12월 말 병실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하루가 다르게 병이 악화돼 지금이 아니면 오래 전에 마음에 둔 뜻을 실천할 수 없겠다’고 설명했다.

60여년 전 제주에 불어닥친 ‘4·3’의 풍파 속에 부모를 모두 잃은 김 할머니에게 가난으로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일은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거친 흙밭을 일구며 여동생을 뒷바라지해야 했고 6남매를 키우느라 어머니로서의 삶만 허락됐을 뿐 자신을 위한 시간은 가질 수 없었다.

김경수 씨는 자신이 평생 모은 1억 원을 제주대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김경수 씨는 자신이 평생 모은 1억 원을 제주대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이런 어머니의 뜻을 자식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자식들은 ‘장학금 기부자 자녀들의 드리는 글’을 통해 “의연하신 의지로 단호한 결정을 내려주신 어머님께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기부한 돈은 평생 한여름 뙤약볕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서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일해 모은 쌈짓돈”이라고 말했다.

최근 97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학승 씨의 큰아들은 6일 오전 청주 미원초등학교(교장 홍석진)를 찾아 장학금 5천만원을 기탁했다. 하지만 그는 ‘선친께서 장학금 기탁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했다.

1931년 3월 6회 졸업생인 고인은 2010년 3월에도 모교에 5천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그때 김씨는 “어릴 때 부친을 여위어 학교를 마치지 못했던 한이 남아 있다”며 “그런 전철을 밟는 후배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미원초교는 ‘청호 김학승 장학회’를 꾸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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