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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상담실
Q: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은퇴한 뒤 일어나는 일에 대해 주변에서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두렵기조차 합니다. 은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A: 회사에 다니는 동안 은퇴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회사는 일에 몰입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는 곳이기 쉽습니다. 기업에서 은퇴한 분들은 스스로를 ‘환자’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환경이 너무 낯설어서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없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또 수능 시험이 끝난 고3 교실과 같다고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기 때문입니다.
은퇴는 직장·직업·현역 등 일체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소비 위주로 생활하며 삶을 즐기는 것에 치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받아들이기에는 매력 있어 보일지 모릅니다. 과거 평균 수명이 60살 전후일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기대 여명이 10여년 정도였으므로 특별한 준비가 없더라도 은퇴생활이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정년을 다 채우고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므로 은퇴를 재조명해야 합니다. 애비게일 트래퍼드는 <나이듦의 기쁨>에서 평균 수명 65살일 때 생겨난 은퇴라는 용어가 100살까지 장수하는 지금에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길어진 수명과 은퇴 뒤 삶의 경제적 어려움, 노동에 대한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한 일찍 은퇴하는 것을 성공한 삶으로 간주하면서 조기 은퇴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나머지 30년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를 고민한 흔적은 찾기 어렵습니다. 시니어 참여 프로그램에 오는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은퇴하고 1~3년 동안 특별한 일 없이 그냥 소일했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다시 일을 찾고 있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재무적으로 은퇴를 충분히 준비한 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데이비드 보건과 키스 데이비스는 함께 지은 <은퇴하지 않고 일하기>에서 ‘은퇴는 잠재의식에 침투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교활한 바이러스’, ‘은퇴는 시장에서 자동 퇴출된 브랜드’라고 표현했습니다. 심지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은퇴는 사전에 올라 있는 가장 추악한 단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계시다면 은퇴라는 용어를 잠시 접어두고 이제부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그 일의 현장에 직접 참여해 자신과 궁합이 맞는지를 탐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1~3년이 걸릴 수도 있으므로 은퇴하기 3~4년 전부터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일이 직업·직장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꼭 금전적 보상이 없더라도 보람과 몰입의 성취를 느낄 수 있으면 좋습니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Neo)50연구소장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Neo)50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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