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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완주골 실버밴드 ‘이팔청춘 봉사단’

등록 2015-02-10 20:07

시니어 통신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박자와 음정은 빗나가고 표정은 잔뜩 경직되어 있지만, 객석 여기저기서 연주를 따라 노래가 어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의 연주가 앞섰지만, 객석이 리드하고 거기에 맞춰 연주가 끌려온다. 주객이 바뀌었다. 마나님은 기본이고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손뼉 치는 얼굴이 웃음꽃이다. 무대에는 허연 머리의 이팔청춘들이 빨간 조끼로 한껏 멋을 내고 나름 열심히 불고, 치고, 누르고, 때린다.

연주자들은 진지하고 지휘자는 애가 타지만, 객석은 흥겹다. 내 나이가 어때서, 좀 소란스런 응원이면 어때서, 말쑥한 옷차림에 멋진 무대가 아니면 어때서, 비싼 입장료에 가식적 표정으로 감상하는 멋진 무대가 아니면 어때서, 무대와 객석이 하나라서 딱 좋은데 말이다.

객석은 박수에 앙코르를 외친다. 연주자들의 얼굴이 풀리고 겨우 객석이 눈에 들어온다. 합주에 이어 독주가 따르고 축하 공연으로 어머니 합창단, 에어로빅, 난타, 어린이 연주단에 행운권 추첨까지 어울려 잔치 마당이 됐다.

면사무소에서 이팔청춘 연주회가 있었다. 두 번째 연주회다. 막내가 일흔이 되어가고, 형님은 아흔에 가까운 이십여 명의 할아버지들, 아니 ‘구구팔팔’한 청춘들이 이팔청춘 봉사단을 만들었다. 은퇴한 ‘팔팔’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까지 농사를 짓는 청춘도 있다.

봉사단에서 하모니카 배우기를 시작한 게 1년 남짓이다. 도레미가 힘들었지만 ‘클레멘타인’, ‘과수원 길’로 재미가 붙었다. 잘 부는 형님도 있지만 아직도 음 잡기가 어렵다. 점차 색소폰 부는 이도 생기고, 스스로 학원 다니며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도 있고, 드럼·기타·키보드로 악기가 늘어났다. 이끄는 쪽에서는 성에 차지 않아 다그치지만 이 나이에 이 실력이면 어때서, 연주자와 관중이 하나 되면 그게 딱 좋은데 말이다.

그렇게 불고, 치고, 누르고, 때리며 연습해 효도잔치, 축제, 복지관 등 봉사 공연도 여러 차례 했다. 자주 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신이 난다. 어디서 불러주지 않나 기다려진다. 아니 스스로 찾아간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는 완주골 실버밴드 ‘이팔청춘 봉사단’이 있다.

윤여신(69) 한겨레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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