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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단국대 ‘신입생 행동규정’ 개선 의지를 보고 싶다

등록 2015-03-16 15:19수정 2015-03-17 12:06

[뉴스AS] 취재 과정과 보도 이후
학과장은 “그럴 리 없다”, 학생회장은 답변 ‘오락가락’
보도 뒤 당사자들 무반응…게시판엔 자성 촉구 목소리
“교수들 몰랐을 수 없다” “타 학과에서도” 제보 잇따라
신입생들 진술을 토대로 카카오톡 대화 형식에 맞춰 재구성한 단국대 한 학부의 ’행동 규정’  
신입생들 진술을 토대로 카카오톡 대화 형식에 맞춰 재구성한 단국대 한 학부의 ’행동 규정’  
단국대 일부 학생들이 신입생에게 ‘행동 규정’을 만들어 이행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바로 가기 : “택시 타지 마, 화장도 안돼” 공포의 대학 캠퍼스)를 전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보도 이후 파문이 일었고, 많은 독자들이 함께 공분했습니다. 공분을 받아 안고 학교 쪽과 ’가해’ 학생들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리면 과연 개선 여지가 있는지 궁금증이 입니다. 그 궁금증을 공유하기 위해 취재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보도가 나간 지난 11일 오후 5시께. 단국대 해당 학부 학과장은 급히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빨리 기사화될 줄은 몰랐다”면서 당황스러워 했습니다. 한편으로 학생들을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학과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 선·후배 간의 군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던 중이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이번 보도가 나가게 돼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고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학과장은 “이번 보도가 부정적으로 나가게 되면 내년에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문제를 어떻게 풀고, 신입생들의 공포를 어떻게 달래줄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학교 이미지 추락부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취재 당시 고성이 오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새학기를 맞아 일정이 바빴던 학과장과는 통화가 어려웠습니다. 9일 오후에 이어 10일 오전까지도 통화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조교실에 “통화가 계속 어렵다면 해명을 듣지 않고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10일 오전 11시께 학과장으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화기 반대편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취재 윤리를 좀 지키라”는 말을 했습니다. ‘해명을 듣지 않고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교수에게는 ‘협박’처럼 들렸나 봅니다. ‘협박’ 해프닝의 오해를 풀고 나서 신입생 행동규정과 관련한 내용을 묻자 그는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데 (자신을) 떠보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학과장은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있다면 즉시 조처를 취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해 말했습니다.

10분쯤 뒤 학과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선·후배 간에 그런 규칙을 정하는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런 문화는 이미 6~7년 전에 사라졌다”며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금시초문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학내 교수진이 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라서 이런 문화에 민감하고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학과장이 정작 학생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또 달랐습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학과장은 기자와 통화한 날 신입생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한겨레 기자와 통화 중에 말다툼이 있었는데, 정확한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기사가 나가면 고발을 해서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가 나가면 학교와 학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선배들 때문에 힘든 일이 있다면 찾아와서 이야기하면 바로바로 시정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제 해결보다 학교와 학과 명예 실추를 걱정하는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해당 학부 학생회장과도 여러 번 통화했습니다. 학생회장은 처음 통화에서 “(신입생 행동 규정 등을) 저도 반대하는데요”라고 얘기한 뒤 “조금 정신이 없어서 오후에 다시 통화하자”고 했습니다. 두 번째 통화에서 신입생 행동규정에 관해 묻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 번째 통화에 이르러서야 학회장은 “지난해는 선·후배 간 군기 문화가 심각했는데, 올해는 많이 없어진 것”이라며 “(행동 규정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생각과 반응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사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해당 학부 학생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고, 개선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단국대 재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에는 공개적인 사과를 비롯해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겁니다.

학생들은 “학교 쪽과 교수진, 총학생회, 해당 학과 학생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번 파문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의견을 보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학과의 전통이라며 불합리한 관행을 되풀이했던 다른 학과들도 있는데 학생회 쪽에서 적극 나서 내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 규명 제대로 하고 넘어갑시다. 언론 보도 잠잠해지고 사람들한테 잊혀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으로 나오면 정말 비겁하고 수치스러운 일일 겁니다. 반면교사 삼아 이번 일을 학교가 악습을 철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네요. 부디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방안이 나왔으면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군기도 좀 잡을 수 있고 신입생 괴롭힐 수도 있지 안 그래’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미 우린 가해자입니다”, “선배들은 몇 십년동안 참고 있었는데 의연하게 나서서 악습을 단절시켜준 15학번 후배들한테 미안합니다”, “모름지기 성인이고 대학생이나 되는 지성인이라면 이런 악습이 근절이 되어야 할지 유지가 되어야 할지 생각하고 내부 고발자 색출한다고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자”라는 등의 의견도 올라와 학생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단국대 재학생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암묵적으로 선·후배 간 군기 문화를 조성하는 일부 학생들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교수진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단국대 재학생인 ㄱ씨는 “이제야 터질게 터진 것 같고 사실 교수들이 다 알면서 묵인하는 것이 악폐습 유지의 큰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ㄱ씨는 “1학년 때 무조건 큰 소리로 인사를 해야 했고 선배들을 만날까봐 동기들과 숨어 다녔다”며 “화장실에 숨었다가 수업 5분 전에 강의실로 뛰어갔던 기억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또 다른 재학생 ㄴ씨도 “단국대 여러 학과에서 비슷한 일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금 학교 명예를 운운할 게 아니라, 외부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까지 단국대에서 강의했던 ㄱ아무개씨는 “신입생들이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교수들이 모를 수 없다”며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어두워져서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됐다”고 했습니다. 단국대와 해당 학부 학과장 교수가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단독] “택시 타지 마, 화장도 안돼” 공포의 대학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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