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통신
지난 주말 많이 울었다. 영화 <다이빙벨>을 보았기 때문이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일어난 감정은 분노였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 때문에 흐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제하려 했지만 마음이 무너져버렸다고나 할까?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딸은 나를 슬그머니 쳐다보기만 할 뿐 따라 울지 않았다.
딸이 유치원에 다녔을 때만 해도 내가 울면 같이 울면서 “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울잖아”라고 했다. 아이들은 크면서 텔레비전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우는 나를 오히려 구박했다. 특히 어려서 울보였던 마음 여린 아들은 내가 우는 걸 아주 싫어했다. 아마도 내가 좀 주책없게 울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냥 살포시 눈물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엉엉 울거나 막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흑흑거리기도 했으니까.
한번은 텔레비전을 보던 내가 또 울자 딸은 “에혀, 울 엄마 또 운다. 또 울어”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소리를 빽 지르며 “울지 마! 내가 이런 것 보지 말라고 그랬지”라고 말하며 텔레비전을 확 꺼버렸다. 밥을 다 먹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흔들리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려는데 아들이 미안했던지 내 뒤에 와서 이랬다. “엄마, 내가 설거지해줄게.” 설거지를 다 한 뒤에도 엄마가 가여웠던지 “엄마, 내가 설거지해주니까 좋지? 그러니까 울지 마”라고 했다. 눈물 덕분에 효도받았다고나 할까? 이렇게 아이들은 엄마의 눈물을 싫어한다. 엄마의 슬픔이 저절로 전달되어 자신도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중에 김영은이라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세월호 침몰 직전 친구의 휴대전화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미안해. 아빠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영은이는 자신이 먼저 떠나고 나면 남게 되는 아빠와 엄마의 슬픔을 그냥 알았을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슬퍼서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해 울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슬피 울면 구박할지언정 함께 있어줄 아이들이 있는데, 영은이 엄마를 비롯한 다른 희생자 부모들은 그 슬픔을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그 아픔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정말 잊을 수 없는 비극이다. 잊지 말아야 할 비극이다.
김미경(54) 한겨레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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