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인생은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은퇴 시점이 되고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안락한 은퇴와 노후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정말 녹록하지 않음을 느낍니다. 노년을 평탄하게 보낼 수만 있어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게 힘이 들까’ 하는 자괴감마저 듭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A: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열정과 집념에는 정년이 없다’ 등의 문구는 장수 시대에 어울리는 말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는 입장에서 보면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기적 같은 9연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때 대표팀 감독이 김경문 감독입니다. 당시 김 감독의 등번호가 74번입니다. 김 감독은 “야구를 하다 보면, 인생을 살다 보면 행운(7)도 있고, 죽을 고비(4)도 있다.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은 어려움을 많이 겪어본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등번호 74번은 인생은 행운과 죽을 고비가 어우러져 있음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모건 스콧 펙 박사는 <아직도 가야 할 길> 첫 장에서 ‘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 즉 삶은 고해임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대수롭지 않으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흔히 자신의 문제가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대의 인생은 당연히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다. 명심하라. 모든 성공은 언제나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장애물은 하나의 경험이며 하나의 지혜’라고 말했습니다.
각자의 인생에는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각자의 장애물은 숫자도 다르고 높이도 다릅니다.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장애물 뒤편에 성공이 있다는 말에 여운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 길이 비포장도로라면 더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처럼 우리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것이라면 모든 세대가 겪어온 것처럼 은퇴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와 짐이 있을 것입니다. 은퇴 세대가 꼽는 첫번째 짐이자 어려움은 ‘누구나 100살까지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삶이 어렵다고 하였으니 장수시대를 우선 ‘짐’이라고 생각하였으면 합니다. 각자가 살아가는 100세 시대의 세상살이에서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을 나만 겪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되려면 은퇴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더 오래 살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역설이기도 합니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네오(Neo)50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