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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구십년 삶 회고록 낸 최고령 비전향 장기수 고성화씨

등록 2005-10-03 18:33수정 2005-10-03 18:33

“‘신념의 한길’ 곧게 가겠다” 고성화씨
“‘신념의 한길’ 곧게 가겠다” 고성화씨
“ ‘신념의 한길’ 곧게 가겠다”
2차 북송을 기다리고 있는 28명의 ‘비전향 장기수’ 가운데 한 사람인 고성화(90)씨가 자신의 험난했던 삶의 발자취와 통일을 향한 열정을 기록한 <통일의 한길에서>(창미디어 펴냄)를 냈다.

일제 때인 중학교 3학년 때(1932) ‘반제동맹’ 가입 활동, 해방 뒤 고향인 우도의 책임비서, 부산시당 4지구당 책임비서로 활동한 이야기와 1949~51년, 1973~93년 두 차례 복역에 대한 회고가 주 내용이다.

“70~80년대 전향공작이 대단했어요. 당장 전향하지 않으면 죽일 것 같은 삼엄한 분위기였어요. ‘빨갱이를 전향시키면 일찍 내보내준다’며 깡패들로 전향공작 전담반을 만들었지요. 이들은 방 열쇠를 가지고 다니면서 폭력을 휘둘렀어요.” 그런 와중에 최석희, 박융서씨가 맞아죽었다고 회고했다.

폭력으로 안 되면 가족을 동원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용훈씨. 서른여섯 살 딸이 “아버지 때문에 구혼해 오는 총각이 없다면서 왜 전향을 안 해 딸 팔자를 망치게 하느냐”고 원망하고 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씨도 83년 자신이 사경을 헤맬 때 두 딸이 찾아와 자신을 설득하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사망자의 손에서 지장을 찍어낸 경우(최재필), 부인이나 오빠 등 다른 사람이 지장을 찍은 경우(기세문, 이문희, 박판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에 가보지도 못했고, 북 정권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이념적으로 걸어온 길, 즉 자주와 주체의 길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조를 굽히지 않아 ‘세 까마귀’로 불리는 도구다 규이치 등 세 명의 일본공산당원들, 지동설을 고수하다 화형된 조르다노 부르노 신부의 예를 들었다.

“주인의식 잃은 경제와 나라는 끝내 파탄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경제가 발전하고 있다지만 역사는 길게 봐야죠.”

그는 출소 뒤 우도에서 농사를 짓는 아들이 ‘남들 눈치 안보고 편하게 살도록’ 아예 제주시로 따로 나와 생활하면서 청년단체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1970년부터 35년째 해온 아침 냉수마찰로 아흔 나이에도 ‘보안법 폐지’ 한겨울 농성에 참여할 정도로 정정하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갈 수 있겠지요.” ‘신념의 고향’으로 가는 날을 앞둔 그는 ‘비전향’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컸다. 연락처는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사무실(02-874-4064).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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