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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엄마가 달라졌어요

등록 2015-04-07 20:16수정 2015-04-07 20:16

시니어 통신
갑자기 엄마가 발길을 끊으셨다. 하루에 한 번은 우리 집에 들러 살림을 챙겨주시던 엄마가 달라지셨다. 애들도 “할머니가 왜 우리 집에 안 오세요?”라며 궁금해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집에도 안 계시고 휴대전화도 안 받으셨다. 걱정이 돼서 길 건너 친정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기다려 만난 엄마와 오랜만에 대화를 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면 서운한 거라도?” 조심스레 묻자 엄마는 나를 한참을 쳐다보시다 한바탕 웃으셨다. “에구, 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바빠서 연락을 못했네.” 그러고는 메일 주소를 가르쳐주시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메일로 보내라” 하신다. 아니, 컴퓨터의 컴 자도 모르시던 엄마가 메일을 보내라니? 엄마는 아파트 경로당에 찾아오는 선생님께 컴퓨터를 배우고 계셨다. 일흔에 컴퓨터를 처음 접하신 엄마는 인터넷 카페에 ‘목련’이란 별칭으로 등록도 하셨단다. “해당화님이 덧글 잘해주셔서 나도 얼른 덧글 달아드려야 한다”며 신나게 이야기하시는 엄마의 얼굴에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처럼 화색이 돌았다. “세상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세계 소식도 다 알 수 있고, 뉴스도 다시 볼 수 있다”며 자판 연습에 열을 올리셨다.

또 노인복지관에서 좋은 강의도 들을 수 있고, 각종 스포츠에 노래교실까지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고 좋아하셨다. 노인복지관에 등록하면 영양사가 골고루 균형 있게 짜준 식단에 맞춰 점심도 1000원에 드실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아파트 경로당에서 부회장을 맡으시면서 자연스레 자식들에게 관심을 덜 갖게 된 것이다.

삼남매와 남편이 당신 삶의 전부인 줄 아시던 엄마가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자 나 또한 기뻤다. 1년에 제사 10번 이상 지내야 했던 고된 시집살이에 화병으로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으셨던 울 엄마.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엔 맞벌이 자식들을 대신해 외손주, 친손주 키우는 걸 숙명처럼 받아들이셨던 울 엄마.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며 자식과 남편이 해주지 못한 것을 스스로 찾으신 백숙자 여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은주(47) 리봄 시니어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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