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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여보 미안합니다

등록 2015-04-21 19:57

시니어 통신
지난 설에 난생처음 설거지를 했다. 10여분 해보니 허리가 아팠다. ‘평생 밥하고 설거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종이접시와 종이컵을 사용했다. 장남이라 명절에는 30명 이상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설거지할 때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고육책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음식 준비도 좀더 간편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다.

요즘은 아내가 “물” 하면 내가 물을 갖다 바친다. 아내는 커피포트에서 물 한잔 따뜻하게 끓여 갖다주면 아주 좋아한다. 그전에는 내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보면서 “물” 하면 아내가 갖다 바쳤다. 경상도 남자의 정서였다. 그런데 퇴직을 한 뒤에도 소파에 드러누운 채 “물” 하니까 부엌일로 바쁘게 일하고 있던 아내는 기가 막혀 했다. 남편이 돈 벌어다 주느라 고생할 때야 그렇다 치고 젖은 낙엽이 되어 빈둥거리는 주제에 옛날처럼 행동하다니….

부엌 근처도 안 가던 경상도 남자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지난해 은퇴자를 위한 시니어플래너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아내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 뒤에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를 되돌아보고 과거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고 후회하게 됐다. 나는 후회스런 일을 많이 저질렀다. 주식에 잘못 투자해 많은 돈을 날리기도 했다. 아내가 시동생을 데리고 있으면서 많은 고생을 하게 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 때 도와주질 않았다. 참 무심한 남편이었다. 그 힘든 과정을 잘 견뎌온 아내는 나보다 훨씬 현명하고 지혜로웠다.

요즘 밤늦게까지 아내와 대화하는 경우가 잦다. 내가 잘못한 부분을 솔직히 사과했다. 아내는 고맙다고 했다. 평생 모를 줄 알았는데 지금이라도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미안해하고, 사과하니 치유가 된다고 한다. 누구나 남모르는 상처가 있다. 부부간에도, 부자간에도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관계 개선의 지름길인 것 같다.

노대석(62) 리봄 시니어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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