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심공약, 부담은 교육청에
목적예비비·지방채 약속도 안 지켜
목적예비비·지방채 약속도 안 지켜
강원·전북지역의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빚은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 3~5살 보육 및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누리과정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복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보면,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 완전 책임’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약속한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일방적으로 떠넘기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약속은 대통령이 해놓고 책임은 교육감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이 시·도 교육청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쌓여온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2015년 예산안에서 교육부가 요구한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부터다.
정부가 ‘누리과정 책임 포기’를 선언하자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보육대란’ 우려에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회가 협상안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였다. 정부와 국회는 “부족 예산 1조7000억원 가운데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하겠다. 나머지는 시·도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개정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지방채 발행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법률 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방재정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속했던 506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 사태는 교육청에 부담을 떠넘길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누리과정은 교육이라기보다 복지 사업이다. 대통령 공약이므로 국가 사업인 셈이다. 교육청이 빚을 내 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정옥희 전북도교육청 대변인은 “전북도교육청이 4월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파장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기기 말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 전주/박수혁 박임근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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