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통신
얼마 전 어느 행정대학원 인문학 과정에 참석했다. 수업하던 교수가 수강생 30여명에게 갑자기 주문했다. 모두 휴대전화를 꺼내 가까운 지인 10명에게 ‘나의 장점 다섯 가지를 알려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란다. 꼭 자기 눈앞에서 실행하라고 했다.
강의에 참석한 사람은 50대가 대부분이었다. 50대는 지천명의 나이다. 교수는 지금 지인들로부터 회신받는 자신의 장점을 하늘이 주는 지천명의 핵심이라 생각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를 더욱 가꾸어 새로운 50년을 살라고 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단점은 과감히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남들이 인정하는 장점을 더욱 키워 이웃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지인들의 평가는 객관적이다. 객관적인 장점을 키워가는 것은 내심 걱정되는 노후를 더 쉽고 편하게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지인들의 평가를 정리해 삶의 태도를 세 가지로 재정립했다. 우선 내 게으른 천성을 사랑하기로 하였다. 제일 많이 나온 평가가 ‘낙천적’ ‘긍정적’이라는 말인데, 그 평가를 실용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이제 더 게으르게 살아도 그 자체가 시니어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행복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번째 평가는 ‘공부하는 습관’이었다. 과분한 평가다. 그래도 남들이 그렇게 봐주니 장점을 특화한다는 측면에서 더 열심히 평생을 학습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겠다. 세 번째 평가는 ‘친화력’이었다. 친화력은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지갑도 더욱 잘 열어야 한다. 그런데 지갑이 자꾸 얇아지니 걱정이다. 다행인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 용돈도 생긴다. 이래저래 행복한 마음으로 내 장점을 세 가지로 요약해보았다.
요즘 주변에선 우리를 온통 걱정스럽게 본다. 은퇴자금이 턱없이 모자라고, 은퇴 준비의 기초도 안 된 사람이 50%가 넘는다며 괜히 겁을 준다. 아직도 어쩔 수 없는 단점은 딱 묻어놓고, 자신의 작은 장점이라도 더욱 개발하고 키우며 행복한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김봉중(64) 시니어블로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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