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이직 결심 30살 인권활동가
“함께한 사람·일 자체는 좋았는데…”
“함께한 사람·일 자체는 좋았는데…”
“30대에 접어들며 생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커요.”
28일 만난 인권활동가 박아무개(30)씨는 이번 주를 끝으로 그동안 일해온 인권단체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6년차 활동가인 그는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직장을 알아볼 생각이다.
대학에서 비정부기구(NGO) 공부를 하며 현장의 인권활동가들과 어울리던 박씨는 2009년 대학 졸업 뒤 자연스럽게 인권활동가의 길을 택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일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박씨는 “인권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우리 자신의 문제도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매력적이었다. 내가 잘하는 디자인과 인권을 연결하는 문화기획들도 좋았다. 떠나는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박씨의 등을 떠민 것은 낮은 임금이었다. 월 95만원으로 시작해 6년이 지난 지금도 월 120만원 정도인 활동비로는 30대에 접어든 사회인의 현실을 책임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좀 더 전문적인 활동을 위해 디자인학원을 다녔지만 학원비만 한달에 40만원이 나갔다. 부모 집에 살며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지만 피할 수 없는 지출이 도처에 있었다. “하나둘씩 결혼하는 친구들의 축의금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누구의 탓도 아닌 팍팍한 현실’을 풀 방법을 박씨는 찾지 못했다.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유지하려면 뜻을 함께하는 회원들의 회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숱한 노력에도 당장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 우리의 활동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연대를 구해야 할지가 남은 이들의 숙제”라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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