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를 노골적으로 비하한 누리꾼에게 법원이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노태악)는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한 인터넷신문 기자 이아무개씨가 강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처럼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강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성애를 악의적으로 묘사하며 이씨의 사진과 이름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2013년 9월 ‘동성애, 그 거짓을 눈뜰 때’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환각상태에서 에이즈 감염 숨기고 성관계 동성애자 적발. 동성애 기자 오늘은 한 개만 귤껍질 깝니다”라고 썼다. 다른 글에서도 이씨의 성적 정체성을 심하게 비하했다.
이씨가 2013년 11월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내자, 강씨는 “동성애자들이 지나친 동성애를 미화하는 데 대해 그 폐해를 지적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또 기자인 이씨는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공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씨가 공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강씨의 게시글은 동성애나 이씨의 성적 지향에 대해 비판적 차원을 넘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표현을 덧붙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고 인격을 모욕했다”고 판단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