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신임 인권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인권위 건물 옥상 광고판에서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최정명씨의 부인(맨 오른쪽)과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3일 취임한 이성호(사진)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에 두고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인권단체들을 “업무 파트너”라고 지칭하며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임 현병철 위원장 재임 시절의 ‘인권위 퇴행’을 인정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인권위 사무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행정·입법·사법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인권위의 독립성은 물론 이념과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을 지켜, 모든 분야의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막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인권 관련 시민단체 및 국제인권기구와의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그는 “인권 업무의 파트너인 시민단체들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 인권 신장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권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또 “국제인권기구의 인권위 등급 보류 결정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인권기구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임 위원장 시절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세 차례나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등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고립된 현실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어 “인권위가 장애인, 비정규직 근로자, 이주민, 시설생활인, 노인 등 모든 사회적 취약계층이 마지막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되게 하기 위해 소통하고 공감하며 동참하는 마음과 행동”을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인권위원장 밀실 인선을 비판해온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 위원장이 시민사회와의 면담을 요청해 오면 일단 응하겠다. 우선은 그의 활동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 뒤 첫 행보로 지난 6월부터 인권위 건물 옥상 광고판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농성자 가족들을 면담했다.
앞서 이날 오전 퇴임식에서 현병철 전 위원장은 “취임 첫날부터 인권 전문성이 없다며 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한 해명과 설명이 외면당해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질책과 비판이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가다듬게 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