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제26조 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8일 법제처 법령해석을 보면, 현행 사회보장기본법과 관련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는 경우의 ‘협의’는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합의 또는 동의’를 의미한다. ‘협의’는 단순히 의견을 듣거나 자문을 구하는 것을 넘어 ‘합의’ 또는 ‘동의’의 의미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번 유권해석은, 지난 6월 복지부가 성남시의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안을 협의하다가 최종적으로 원안을 수용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면서 법제처에 해석을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관련 법조항은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복지 사업을 제한하려 도입됐지만, 현실에선 이 조항을 이용해 복지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자치단체의 독자적인 사회보장사업까지 막고 있다는 불만도 많았다.
성남시는 이날 성명을 내어 “사회보장기본법에는 협의 불성립 시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하고, 지방정부는 그 조정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그 어디에도 복지부의 ‘동의’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그럼에도 법제처는 ‘협의’를 ‘동의’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성남시는 “복지를 확대 발전시켜야 할 보건복지부가 복지를 방해하고 불편부당하게 행정 각부의 입법활동을 총괄·조정해야 할 법제처는 국회가 입법한 법까지 마음대로 해석해 동조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를 편드는 법제처의 엉터리 법령 해석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수지 김기성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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