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에서, 노인 나이 기준을 현행 65살에서 70살로 올리는 방안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이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노인은 몇 살부터로 보는 것이 바람직할까?
정부가 18일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시안)에 따라, 현재 65살인 노인 기준을 올리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실상 50대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현실은 놔둔 채 노인 기준만 높아질 경우 노인들의 삶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내년에 고령(노인) 기준을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한 뒤 2017년부터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상태다. 김헌주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더 이상 60살 혹은 65살을 노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노인실태조사 결과(65살 이상 1만451명 대상)에서도 전체의 80.3%가 노인을 70살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노인 관련 정책 혜택이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5살이다. 이때부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고 지하철이나 국공립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61살부터 받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65살로 미뤄진다.
정부가 노인 기준을 올리려는 배경에는 고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복지 지출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65살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3.1%(662만4000명)다. 2026년에는 20%(1084만명)를 웃돌 것으로 추계된다. 복지부는 7월 고령사회대책 토론회에서 “지금 당장 노인 기준을 70살로 올리면 기초연금 1조9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2조3000억원의 재정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노인 기준을 70살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군불때기’를 해왔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9월 ‘중장기 적정인구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령기준 상향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 담당자들은 “100년 전 평균수명이 49살에 불과했던 독일에서 노령연금 지급기준으로 정했던 65살을 현재 노인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 5월에는 현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성향의 시민단체인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 상향 방안을 결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자살률·빈곤율 등이 보여주듯 한국 노인들의 삶의 질이 다른 나라에 견줘 크게 낮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오이시디 통계(2007~2012년 평균)를 보면, 한국(남성 기준)인의 공식 퇴직연령은 60살(내년부터 시행)이지만 실제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나이는 71.1살이다. 오이시디 평균은 각각 64.8살과 64.1살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시기는 53~55살로 더 빠르다. 더군다나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비중은 60살 이상 고령층 인구의 30%밖에 안 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지만 공적연금은 부실해 70살 넘어서까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높여 65살부터 지급되는 기초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고 각종 복지 혜택도 미뤄질 경우 노후 소득이 더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에 정년과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간의 차이를 일치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정년 60살이 적용되더라도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61살)와는 1년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런 차이는 2018년부터는 2년으로 벌어진다. 따라서 정년을 더 늦추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2018년 이후 중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있어,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을 채우고 국민연금 수급자격 요건을 갖추더라도 소득 공백 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이혼 때 국민연금에만 인정되던 연금분할청구권(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수령액의 50%를 분할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을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경력단절 여성에 대해 적용 제외된 기간의 국민연금 추가 납부를 허용하고, 일용직·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확대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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