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출산극복연구포럼 소속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오픈스페이스에서 청년들로부터 저출산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이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권지웅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31일 서울 은평구의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 모인 청년 10여명은 ‘국회 저출산극복연구포럼’(연구포럼) 소속 의원들에게 저출산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연구포럼은 심각한 저출산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대안 제시를 목적으로 하는 의원들의 연구모임이다. 연구포럼의 양승조·김정우(더불어민주당), 윤소하(정의당) 의원은 아이를 낳을 당사자인 청년들로부터 ‘저출산 문제 해법’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에서 권지웅 운영위원장(28)은 “저출산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현재의 자신의 삶을 미래에 이어주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사회가 자살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출산을 어떻게 장려할 것인가의 문제로 풀기보다는 시민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삶으로 여길 수 있게 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세대가 거쳐온 보통의 삶(연애→결혼→출산)을 영위할 수 있는 청년들이 구조적으로 소수가 돼가고 있다. 국가 정책도 ‘졸업하자마자 취직하기를’, ‘나이가 차면 결혼하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취업이 늦어지고 결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청년들의 상태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출산 문제는 곧 청년 주거 문제”라고 진단한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28)은 “소득이 낮은 청년들은 월세 부담 때문에 자산을 형성해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주택 소유를 촉진하는 공급자 중심, 대출 중심의 주택정책만 내놓을게 아니라 평생 집을 사지 못하고 세입자로 살더라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36)은 “얼마전 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 한다’고 말했는데 청년들의 실상은 빚 상환의 압박에 쫓겨 정상적인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금·생활비·주거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상당수 청년들이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 결혼-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씨는 “나 자신도 서른을 넘겼고 여자친구가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해야하는지 고민 중”이라며 “저출산이 문제라고 다그치는 대신, 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지를 정부와 정치권이 깊이있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마련한 세 의원은 “저출산 사회에서 청년들이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들을 가감없이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