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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베를린서 난민여성 위로한 길원옥 할머니

등록 2017-12-03 19:01수정 2017-12-03 19:55

유럽연합 의회 ‘위안부 결의안’
10년 맞아 베를린 방문해
아프리카 난민 등에 나비기금
길원옥 할머니가 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최대 여성단체인 ‘테레데팜' 사무실에서 난민 여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나비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베를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길원옥 할머니가 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최대 여성단체인 ‘테레데팜' 사무실에서 난민 여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나비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베를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시내 한 여성인권단체 사무실에 구순 할머니의 절절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13살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8·15 광복 뒤에는 분단으로 고향(평양) 땅을 밟지 못한 길원옥(90) 할머니의 한 맺힌 노래다.

독일 평화·인권단체인 독일코리아협의회의 초청으로 베를린에 도착한 길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의 요청에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듯한 노래 ‘한 많은 대동강’을 구슬프게 읊었다. 몇몇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길 할머니는 유럽연합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 10주년을 맞아 베를린을 찾았다. 유럽연합 의회는 2007년 12월12일 일본 정부에 위안부 범죄 공식 인정과 사죄 및 역사적·법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길 할머니는 지난 20여년 동안 일본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독일, 캐나다 등을 돌며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분쟁지역 등에서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인권 회복에도 앞장섰다. 그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 3월에 같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 등과 함께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위안부 피해 배상금을 받을 경우 전액 기부도 약속했다. 최근에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의 여성인권상 상금 5000만원도 재단에 기부했다. 이날 길 할머니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난민 여성들을 돕기 위해 1000유로(약 130만원)를 쾌척했다. 성금을 전달받은 콩고와 카메룬 출신 난민 여성 활성가들은 울먹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이날 길 할머니를 찾아온 시리아 난민 출신 아비어 마바스는 시리아의 여성 탄압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시리아 여성들이 성폭력과 강제 매춘에 시달리고 있다. 검정 양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랐다는 이유로, 남성 없이 혼자 외출했다는 이유로 물고문 등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길 할머니는 “(세계 곳곳에) 성폭력 피해로 힘들게 사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우리와 같은 희생자가 안 생기도록 여러분이 노력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이 당장 밝혀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진상 규명을) 이루지 못해도 (수요집회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이루어 줄 것”이라고 했다.

“이번이 생애 마지막 해외 방문이 될 것”이라는 길 할머니는 비행기를 갈아타던 핀란드 헬싱키에서 몸상태가 나빠져 한국으로 돌아갈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는 8일까지 베를린에 머물며 ‘군사 갈등 속 여성폭력’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와 독일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이 한국 촛불집회에 수여하는 인권상 시상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베를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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