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조르제타 국제인권연맹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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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집행유예 선고’ 순간에도 참관
“배심원도 판사도 ‘집회·시위’ 새 시각” ‘한상균 구속’때 유엔 인권위 진정 주도
‘무조건 집회 주최자 형사책임은 부당’
“한국 검찰 항소 여부 계속 지켜보겠다” 국제인권연맹은 전세계 120개 나라 184개 시민단체와 연대한다. 최근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중총궐기 집회로 구속됐을 때도 연맹은 “자의적 구금”이라며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을 냈다. 지난해 유엔 인권위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한 전 위원장의 구속이 유엔 인권헌장에 위배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며 한국 정부에 석방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11~12일 이틀간 진행된 재판을 방청한 그는, 지난 14일 이 전 사무총장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벌금 50만원에 대한 선고는 유예하는 순간도 법정에서 지켜봤다. 앞서 2015년 12월 징역형의 실형이 확정된 한 전 위원장 재판과 다른 결과를 두고, 그는 “법정의 공기가 달랐다. 촛불집회 이후 달라진 집회·시위에 대한 시각이 엿보였다”고 했다. 검찰은 집회 금지 통고나 차벽 설치가 시민과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위한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조르제타 국장은 “검찰의 주장은 원활한 교통이 집회·시위의 권리보다 더 우선하는 것처럼 들렸다. 국제 인권 기준과 한참 동떨어져 있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집회는 허가나 신고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집회는 신고제가 원칙이라 하더라도 경찰이 자의적으로 금지 통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끝내 목숨을 잃었지만, 그외 경찰의 공무집행은 적법했다는 주장을 폈다. 배심원들에겐 일부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담긴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재생해 보여줬다. 조르제타 국장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때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개별 참가자들의 행위를 무조건 주최자의 형사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선) 이를 빌미 삼아 노조 활동가를 형사처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유예’를 최종 선택한 배심원들의 질문은 검찰과 다른 시각에서 출발했다. 당시 집회·시위의 자유는 온전히 보장됐는지, 평화 집회를 떠받치는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많았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선 폭력행위가 발생한 반면, 2016년 촛불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는데, 어디에서 차이가 발생한 건가요?”, “2016년 촛불집회 때도 차벽이 설치됐나요?” 국민참여재판에서 4시간 넘는 평의 끝에 배심원 7명 전원은 이 전 사무총장에게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그 중 절대다수인 6명이 집행유예를 택했다. 조르제타 국장은 “배심원과 판사, 검사의 발언에는 ‘2015년과 2016년의 상황은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촛불집회 이후 정치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재판에 참여하는 이들도 모두 그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사회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집행유예라는 선고 결과가 가능했다”고 봤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같은 날 오후 조르제타 국장도 방콕으로 돌아갔다. 그는 앞서 법원 청사를 나서며 웃으며 말했다. “검찰의 항소 여부를 계속 지켜볼 겁니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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