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단로 주민·경찰·무슬림에게 듣다
용산구 외국인 1만5502명 중 1800명 이슬람 국가 출신
주민들 “술·담배 않고 착해” “우리 사는 거랑 똑같아요”
“상처받은 사람을 놀리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손홍규, <이슬람 정육점>(2010) 91쪽
서울 용산구 우사단길에 있는 이슬람교서울중앙성원. 김진수 기자.
|
“우리는 이 근방에서 오래 살았어요. 30년 다 돼가요. 이슬람 쪽 사람들이 (우사단로에) 많이 살게 된 건 10년 미만? 그 사람들 우리 사는 거랑 똑같아요. 그냥 풍습만 다르다 뿐이지. 이슬람 율법 있잖아요? 무슬림 사람들 무섭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거 못 느껴요. 그냥 똑같아요. 아직까지 전혀 거리감 없고…. 글쎄요, (오히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우사단로) 그런 거 못 느끼고 살아요. 우리 하고 똑같이 살고, 이웃처럼 지내고 그러니까. 그냥 스스럼없이 그래서 별로 못 느끼는데요. 사람들이 참 이상한 게 무슬림을 그렇게 (편견을 갖고) 보더라고? 그쪽 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 다 보면 보기보다 괜찮아요. 농담도 하면서 서로 똑같이 지내요.”
-우사단로 10길에서 2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한 임아무개씨-
“이슬람 사람들 착하지. 술, 담배 안 하니까 남한테 피해 끼치고 그런 건 없지. 우리는 (김밥에) 돼지고기 안 들어가는 ‘할랄푸드’니까 무슬림들 많이 와요. 제주도 난민 걱정하는 거 IS 때문에 그러나본데, 평균적으로 이슬람 사람들 괜찮아요. 말썽을 안 부려. 내가 (우사단로에) 5년 있었는데 전혀 문제 없었어. 대개 사고 같은 건 술, 담배 때문에 생기는데…. 가끔 뉴스 나오는 대림동하고 비교하면 여기는 그런 건 없어.”
-우사단로 10길 김밥집 사장님 김아무개(65)씨-
“여긴 외국 사람 반, 한국 사람 반이에요. 제가 여기서 느끼는 건 무슬림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오히려 더 순수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까 꼭 뭐가 어떻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눈을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아주 막 이렇게(이상하게 보거나, 눈도 안 마주침)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슬림들은 눈 인사라도 늘 하고 가요. 같이 오가는 게 있어요. 물론 이곳 분들은 난민은 아니니까 (제주도 예멘) 난민들이 어떤 분들인지 제가 알 수는 없죠. 그런데 이 동네 무슬림 분들이 어떤지 물어본다면 자기 줏대 강하고, 굉장히 순수한 사람들이에요. 무슬림들이 여성들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다? 그런 건 알 수 없죠. 그건 ‘사건’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그럴 것이다, 안 그럴 것이다 단정하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거고 빈도의 문제죠. 사람들이 ‘어느 동네가 안전하다더라’고 하지만 (일 터지는 건)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슬림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건 오버센스지 않나 싶어요. 오히려 한국 사람이 더 (성희롱 등) 그래요. 무슬림 여자 분들도 히잡 쓰고 다니지만, 누구보다 프라이드 강하고 당당해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더 주눅들어 다니는 것 같고…. 어쩌면 (무슬림들이)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왔다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걸 수도 있지만요.”
-우사단로 10길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송아무개(44)씨-
“근처를 지나다가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이슬람 사원이 있길래 둘러보러 왔어요. 이슬람이란 종교를 떠올리면 두려움보단 낯설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느낌…. (예전에도 근처에 왔었는데) 여기 예배시간에 맞춰 오면 사람(무슬림)들 되게 많아요. 그땐 사람들이 (입구 쪽에) 많이 모여 있으니까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인파를 지나쳐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용기가 안 나는 거예요. (모인 사람이) 다 남자고, 이 종교가 여자를 남자와 동등한 사람이라고 보기 보다는 좀 아래로 생각하니까? 우리나라라서 별 일은 없을 것 같긴 한데 혹시나 해서… (사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동생과 함께 이슬람 사원을 찾은 직장인 윤아무개(28)씨-
“난 여기 안 살아요. 딴 동네 살아요. 이쪽(우사단로)은 가끔 와요. 이번주는 어제하고 오늘…. 외국 사람들한테 파는 거죠. 다른 건 안 사 가도 수박은 사 가요. 수박은 이슬람 사람들도 사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 먹나봐요…. 이쪽 온 지는 한 10년 됐어요. 자주 오진 않아요. 10년 전에도 이 동네 외국인 많은 건 똑같았어요. 될 수 있으면 난 외국인들 없었으면 좋겠어. 물론 지금은 아쉬우니까 여기와서 물건 팔기도 하지만은. 될 수 있으면 우리나라에 외국인들 많이 들어오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10년째 우사단로 10길에 과일을 판매하러 오는 60대 상인-
“(무슬림 관련 사건이) 뭐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보면 특별히 그 사람들이 문제가 돼서 오는 사건은 별로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종교편파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이슬람교가 술 자체를 안 하다 보니까 그런 것(범죄)을 크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슬림이) 한국인 주민과 갈등이 있거나 그런 건 없어요. (주민들과) 잘 지낸다, 못 지낸다 할 게 없어요. 흑인이나 백인들은 범죄가 좀 있는데, 무슬림들은 그런 건 없어요. (전체 외국인 중 무슬림의) 비율이 적으니까 사건이 적다고도 할 수 있고…. 이슬람 교리에서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인 개념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범죄를 저지르란 법은 없죠. 범죄의 대상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기독교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별로 안 치거든요. 그런 식이라면 기독교인들도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건가요? 기독교나 이슬람교나 종교인데 여성을 강간하는 범죄를 관대하게 봐주는 건 아니잖아요.”
-경찰 관계자-
“나라(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나는 이것만 말할 수 있어요. 예멘에서 온 사람들 전쟁 때문에 나라 망하고, 너무 힘들게 살고 있으니까 한국이 그냥 도와주라고. 왜냐면 지금 그 사람들 먹을 것 없고 힘들고 불쌍하니까 받아줘야지. 우리나라(파키스탄)가 한국보다 잘 살진 못해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의 친소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시도해 1979년 12월부터 약 9년간 이어진 전쟁) 끝나고 20년 넘게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계속 받아줬어요. (파키스탄도) 힘들지만 계속 도와주는 거예요. 안 도와주면 애기들도 다 죽으니까….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난민들 100만명 넘게 (파키스탄이) 받아줬어요. 한국은 (파키스탄보다) 잘 먹고 잘 살잖아요. (난민문제) 나라 이런 거 관계 없어요. 그 사람들(난민) 불쌍하니까 우리나라(파키스탄) 사람들이 밥도 주고, 집 없으면 텐트도 만들어주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나도 한국에 산 지 오래 됐으니까 한국 사람들한테 문제 생기면 도와줘요. 왜냐면 우리 와이프, 내 처남, 처제, 장인어른, 장모님 다 한국에 있으니까.”
-한국생활 17년째 한국인과 결혼한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ㄱ(39)씨-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