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9 18:47
수정 : 2018.12.10 09:42
[짬] 미국청소년인권협회 이사 일라이저 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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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연 ‘서울인권컨퍼런스’ 참가한 청소년 운동가 일라이저 맨리 미국청소년인권협회(NYRA) 이사. 사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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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4일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선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약 120만명 규모의 대행진이 벌어졌다.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청소년들도 투표권을 달라는 목소리였다. 거리로 나온 고교생들은 “우리는 학교에서 나와 투표소로 갈 것”이라며 현재 18살인 투표권을 16살부터로 낮춰달라고 외쳤다. 앞서 2월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교에서 총기난사로 17명의 학생이 숨지자 미국 전역에서 10대 인권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 수개월간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6일 서울시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서울시청에서 ‘서울인권컨퍼런스’를 열고 <청소년 참정권, 세계의 선택>을 주제로 국제사회의 10대 정치 참여 상황을 공유했다. 이날 강단에 선 미국의 청소년 운동가 일라이저 맨리(19]) 미국청소년인권협회(NYRA) 이사는 16살 때 선거에 출마한 경험 등을 나누며 미국 청소년들의 참정권 현황을 한국에 전했다.
‘서울인권 컨퍼런스’ 19살 미 대표
‘청소년 참정권, 세계의 선택’ 주제
16살때 녹색당 대선후보 경선 2위도
“고교생들 투표해도 아무 문제 없다”
‘총기난사’ 플로리다 고교 인근 출신
“트럼프 등장이 청소년 정치참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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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인권컨퍼런스’에서 일라이저 맨리 미국청소년인권협회(NYRA) 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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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겨레>와 만난 맨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오이시디) 국가 중 투표권 연령이 가장 높은 한국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은 현재 만 19살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촛불혁명을 계기로 ‘18살로 낮추자’는 여론이 높아져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부결됐다. 최근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으며 ‘선거 연령 하향’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맨리는 “19살부터 투표권을 갖는 한국 상황은 국제사회에서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며 “한국인들은 진보적이어서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18살부터이고, 일부 주에선 지방선거 투표권을 16살부터 행사할 수 있다.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파크랜드 인근에서 살고 있는 맨리는 3년 전 16살 때 미 대선 후보를 뽑는 녹색당의 경선에 나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피선거권은 35살부터 갖지만 강제조항이 없어 16살에 출마한 나를 제재할 수 없었다”며 “최종적으로 녹색당 대선 후보가 된 질 스타인이 16살인 나와 겨루는 과정에서 등록금 부채 해결 등 10대들이 당면한 과제를 공약으로 많이 채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선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에 ‘학교의 정치화’, ‘학습 분위기 저하’ 등을 이유로 내세워 반대하고 있는데 미국에선 이미 고교생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고 맨리는 전했다. 그는 “지방선거 등에서 고교생부터 투표에 참가하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참정권의 확대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맨리가 속한 미국청소년인권협회는 선거 연령 낮추기, 음주 연령 낮추기, 통금 시간 없애기 운동을 펴고자 1998년 만들어진 단체로 미전역에서 1만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청소년들이 더욱 결집하는 분위기라고 맨리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내각 평균 연령이 70대에 이를 정도로 고연령층이며 10대들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낮다”며 “트럼프에 저항하는 10대들이 2020년 선거에서 결집하면 큰 정치적 세력이 될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최근엔 가정에서도 자녀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그는 전했다. 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자녀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가면 부모들이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며 “공화당 지지자 같은 보수주의자도 자극적인 혐오 발언을 내뱉는 트럼프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반기를 드는 자녀들의 생각이 상식적인 것이라며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그가 청소년 운동에 헌신하는 이유는 각별했다. 맨리는 “흑인 민권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린 애가 운동에 왜 끼어드냐’는 식의 나이 차별이 있었다”며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조차 나이에 기반한 억압을 아무 생각 없이 가하기도 하는데, 나이주의는 인권운동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어리다며 무시하는 말에 토라져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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