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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8 21:55 수정 : 2019.01.09 10:50

17살부터 각종 대회 전후 상습적으로 성폭행
지난달 경기남부경찰청에 추가 고소장 제출
심석희 쪽 변호사 “너무 엄청난 범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6월18일 오전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육대)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코치의 폭행과 상해를 넘어 성폭행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심석희 선수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8일 보도자료를 내어, “심석희 선수가 만 17살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세종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여서 지난달 1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세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지도자가 상하관계의 위력을 이용한 폭행과 협박을 가했다. 심석희 선수의 변론을 맡으면서 회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며 “성폭행 등의 범죄행위가 이뤄진 곳은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성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폭행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전혀 저항할 수 없도록 얼마나 억압받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석희 선수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조재범 코치를 처음 만나 스케이트를 신었고, 이후 고향 강릉에서 서울로 조 코치를 따라와 집중적인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고, 이런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조재범 코치는 지난해 9월 상습 폭행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과 조재범 코치의 항소로 2심이 진행중인 가운데, 심석희는 지난달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눈물을 흘리며 “조재범 코치를 엄벌해 달라”고 말했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겪었고,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강도가 심해졌고, 긴 기간 폭행이 일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을 20일 남겨두고 맞을 때는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맞았다. 뇌진탕 증세가 있었고, 올림픽 경기에서도 도중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성폭행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조재범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지만, 경찰이 조재범의 휴대폰 등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당일 공판에서는 상해 부분에 관해서만 피해자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폭행 혐의 2심 판결은 14일 나온다.

심석희는 한국 쇼트트랙의 장거리 간판선수다. 2014 소치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기대주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평창올림픽 때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주종목인 평창올림픽 1500m 예선에서 넘어져 탈락하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조재범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의 성적을 떨어뜨리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어려서부터 선수를 가르치면서 지도자와 제자의 관계가 마치 주인과 수족처럼 바뀌는 경우가 있다.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충격을 드러냈다. 한편 조재범 코치 쪽은 변호사를 통해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심석희 선수 성폭행 사건 법무법인 세종 보도자료

다음과 같이 심석희 선수의 입장을 전달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2018. 1.경, 심석희 선수에 대한 조재범 코치의 폭행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심석희 선수 외에도 다수의 폭행 피해자들이 고소를 하여 조재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고, 지난 2018. 9. 19.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제1심)에서 조재범은 상습상해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판결선고 받아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이후 검찰과 조재범 쌍방의 항소로 수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었고, 2018. 12. 17. 최종 공판이 있었으며, 2019. 1. 14.에 항소심 판결 선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의견에 따라 2018. 12. 17.조재범에 대한 최종 공판기일에는 심석희 선수가 힘들게 용기를 내어 직접 출석해서 피해사실 등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기로 하였고, 법무법인 세종에서는 이를 앞두고 2018. 12. 13. 심석희 선수와 회의를 하던 중에 본 사건이 상습적인 폭행과 상해로 그치는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2018. 12. 14. 법무법인 세종의 여성 변호사가 심석희 선수와 1:1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고, 심석희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이던 2014년경부터 조재범이 무차별적 폭행과 폭언, 협박 등을 수단으로 하는 성폭행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질러왔다는 진술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에 심석희 선수의 조재범에 대한 처벌의사를 확인하였고 신중한 , 논의 끝에 심석희 선수를 대리하여 2018. 12. 17.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을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조재범의 핸드폰 등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 관련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에 심석희 선수와 협의한 끝에 당일 오후 예정된 2018. 12. 17. 형사 공판기일에는 부득이 상습상해 부분에 관해서만 피해자 진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석희 선수의 진술에 의하면, 본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그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하여 폭행과 협박을 가함으로써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온 사건으로, 이는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묵과되어서는 안될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특히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에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국가체육시설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폭행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전혀 저항할 수 없도록 얼마나 억압받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심석희 선수는 이러한 범죄행위의 피해사실이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이 너무나 두려웠고,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하여 최근까지도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석희 선수가 입은 신체적ㆍ정신적 피해가 너무나 막대하고, 앞으로도 동일ㆍ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기에,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이 사건을 밝히기로 용기를 낸 것입니다.

앞으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본 사건의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여 조재범이 자신의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진행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심석희 선수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형사재판의 진행에 최선을 다하여 협조할 것이며, 이를 통하여 앞으로는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본 사건은 널리 알려진 국가대표 선수에 관한 것이어서 무분별하게 보도될 경우 2차 피해가 확대될 우려가 있고,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언론 등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허위ㆍ과장하여 보도하거나,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하여 보도하는 일은 삼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법무법인 세종은 본 사건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피해자 심석희 선수에 관한 허위ㆍ과장 보도, 선정적인 보도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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