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9 16:51
수정 : 2019.05.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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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자해는 살기위한 SOS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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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청소년 상담지원 건수 8352건→2만 7976건
자신을 깨물거나 머리카락을 뽑는 행위로 나타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 못하고 억제될 때 자해 택해”
“자해는 살고 싶어서 하는 것...자살과 다른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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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자해는 살기위한 SOS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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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ㄱ씨는 엄마 앞에서 자해를 시도했다. “많이 힘들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칼을 들었는데도 엄마가 무관심했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고 방관 아니면 무시? 이런 느낌? 그래서 그 때 (칼로) 그었던 것 같아요.” ㄴ씨도 “내가 이만큼 힘들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해를 택했다. “겉으로 어떤 게(현상이) 드러나야 부모님이 내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줄 것 같았다”고 했다.
청소년 ㄷ씨는 학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해를 한 경우다. “죽고 싶어서 했다기 보단 내가 너무 미울 때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볼펜으로 자신의 몸을 긁었다. “막 긋고 나니까 ‘나는 이런 벌을 받을만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의 청소년 자해상담이 1년 새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전국 23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자해청소년 상담 지원 건수는 2만 7976건으로 전년(8352건)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자해행동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평균 12.43세였다. 같은 기간 자살 관련 상담 건수도 2만 3915건(2017년)에서 4만 3238건(2018년)으로 2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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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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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행동에 관한 연구>(안영신·송현주, 2017년)를 보면, 남녀 중·고등학생 6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2.8%가 자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자해행동 유형으로는 ‘자신을 깨물었다’가 48.4%로 가장 높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았다’(35.5%), ‘고의로 자신을 때렸다’(28.4%), ‘상처가 날 정도로 피부를 긁었다’(24.5%) 순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은 청소년 자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억제를 꼽았다. 평소 부모나 친구에게 스트레스를 표현하지 못하고 참다가 더 이상 억제하기 어려울 때 자해를 택한다는 것이다. 개발원이 과거 자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자해를 통해 스트레스, 우울, 불안,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들고,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없어지고, 공허한 삶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개발원은 “자해 청소년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힘듦과 고통을 들어주는 것’이고 상담자와 부모, 친구의 공감과 지지로 극복했다”며 “자해 청소년은 결국 살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상담과 구분해 자해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 상담 개입이 필요하다고도 개발원은 지적했다. “청소년 자해는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극심한 부정적인 감정 해소와 부모·친구 등 타인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생활에서 경험하는 학업·대인관계 관련 스트레스 대처방법을 교육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정부와 학교, 청소년 유관기관이 ‘위기 청소년을 위한 관리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자해 청소년의 부모교육과 상담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최근 여가부는 ‘고위기 전담 청소년동반자’ 제도를 신설해 자살·자해 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상담을 지원하고 ‘자살송’ 등 자살·자해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걸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해문제와 관련해 고민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들은 해당 지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청소년전화1388’로 문의하면 전문 상담에 대한 세부사항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자해 청소년에 대한 오해>
#1. 자해하는 청소년은 정말로 죽고 싶어서 자해를 시도한다. (X)
- 자해 청소년의 대부분은 죽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자해를 시도하기 보다 감정해소 등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자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2. 자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자해 행동을 부추기는 것이다. (X)
- 오히려 자해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물어봄으로써 자해 청소년들은 자해 행동에 대해서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3. 극소수의 매우 병약한 사람만 자해를 한다. (X)
- 누구나 한번 또는 그 이상 압도적인 상황과 감정을 다루기 위해 자해를 시도할 수 있다
#4. 부모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청소년들은 자해를 시도한다. (X)
- 청소년의 자해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부모가 자신의 힘듦을 알아봐주기를 원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워서 자해를 시도한다.
#5.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만 자해를 할 것이다. (X)
- 일부 자해청소년 중에 매우 심각한 심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청소년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출처: 서미, 김은하, 이태영, 김지혜(2018). 자해 위기 청소년 상담매뉴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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