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7 19:31
수정 : 2020.01.0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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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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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소득 219만원…전체가구의 56%
모자가구는 169만원 그쳐 더 열악
79%가 배우자 양육비 못 받고
생계급여 받는 비율은 10%가량
“자녀 돌봄·소득지원 등 여러 제도
부부 아닌 개인 기반 재편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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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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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고 등을 이유로 가족이 함께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잇따르는 가운데 홀로 경제적 부양과 자녀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한부모 가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체로 가구주가 여성인 한부모나 조손가구의 아동 빈곤율은 일반적인 가구에 견줘 8~9배 정도 높은 것으로 집계되지만 ‘최후의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선 가족 유형별 특성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말 기준, 전국 2050만 가구 가운데 한부모 가구는 153만9천가구이다.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한 아파트에선 남편과 별거 중이던 ㄱ(37)씨와 아들(8), ㄱ씨 어머니(62)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계양구에서 수년 전 이혼한 뒤 아들(24)·딸(20)과 함께 살아오던 여성(49)이 모두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그해 8월 서울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선 북한이탈주민 한아무개(42)씨와 아들(6) 모자가, 2018년 4월엔 충북 증평에서 남편과 사별한 ㄴ씨(41)와 딸(3) 모녀가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됐다. 당시 ㄴ씨는 “남편이 숨진 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혼자 살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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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부모 가족들은 배우자와의 이혼·사별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만 18살 이하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엄마·아빠 상당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근로빈곤층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부모 가구주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4.2%는 취업을 했으며,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219만6천원이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 389만원에 견줘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하는 한부모의 절반 이상은 한달 근로·사업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었으며 9.8%는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 부자가구(247만4천원)에 견줘 모자가구(169만4천원)의 소득이 좀 더 열악하다. 한부모 평균 나이는 43.1살이었으며 1.5명의 자녀를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부모의 78.8%는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75.4%는 서로 주고받지 않기로 하는 등 법적 양육비 채권이 아예 없었으며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기로 한 이들 가운데 실제 양육비를 받은 경우는 61.1%였다. 한부모 10명 가운데 2명(21.1%)은 돈이 필요할 때 도움 청할 곳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부모 가족이 ‘최후의 안전망’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인천 계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자 가정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가난했으나 전 남편과 친정 부모로부터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생계급여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가구주가 30살 미만인 한부모 가족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했다. 한부모 가족 가운데 생계급여를 받는 비중은 10.4% 정도 된다. 2015년 조사 당시(10.1%)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별개로 여가부 소관인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기준 중위소득 52%(2019년 2인가구 기준 151만1395원) 이하 한부모·조손가족은 매달 아동 한명당 양육비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생계급여를 받는 경우 이러한 양육비를 중복해서 받지 못한다. 부모가 모두 있는 가구에 견줘 한부모 가족에게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이런 부분이 현재 제도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장은 “한부모 가족은 원가족 등과 네트워크가 약하고 빈곤층이 많다.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을 늘리는 한편, 생계급여와 양육비를 함께 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녀 돌봄·소득 지원 등 여러 복지 제도를 부부가 아닌 개인을 기반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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