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애인을 학대한 사람 10명 중 2명 이상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감수성 교육을 강화함과 동시에, 시설의 소규모화, 탈시설-자립 지원 체계 구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사례를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한 ‘2019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을 근거로 2017년 설치돼 장애인 학대 신고접수 및 피해자 지원,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사후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기관이다.
‘2019년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담긴 학대행위자와 피해장애인과의 관계. 보건복지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제공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는 4376건으로 전년에 견줘 19.6%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학대 의심사례로 분류되어 조사가 시작된 경우는 1923건(43.6%)건이었고, 학대로 최종 인정된 사례는 945건이었다. 학대가 의심되지만 피해가 불분명하거나 증거 부족으로 판정하기 어려워 ‘잠재 위험 사례’로 분류된 경우는 195건이다. 신고 건수 증가에는 지난해 7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시행되면서 장애인학대 신고자인에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 준용되는 동 신고자 보호 조처가 강화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학대 사례 945건을 학대행위자와 피해장애인 관계유형으로 나눠 보니, 21%인 198건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한 학대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는 지인이 173건(18.3%)으로 많았고, 부모에 의한 학대 사건도 113건(12%)도 적지 않았다. 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피해 장애인 거주지(310건·32.8%)이었고, 장애인 복지시설(295건·31.2%), 학대행위자 거주지(79건·8.4%), 직장 및 일터(76건·8.0%) 순서로 많은 학대가 발생했다. 또 학대 행위자와 피해 장애인이 동거하지 않는 경우가 678건(71.7%)으로 과반을 훌쩍 넘었고, 동거하는 경우가 264건(27.9%), 파악되지 않은 경우가 3건(0.3%)이었다.
피해 장애인 유형을 보면,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장애)이 72%로 가장 많았따. 또 학대 유형을 따져보니 정서적 학대 비중이 높은 노인·아동 학대와 다르게, 신체적 학대(33%)와 경제적 착취(26.1%)가 많았다. 경제적 착취 가운데서는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거나 임금을 가로채는 행위 등 노동력 착취 사례(9.9%) 비중이 가장 컸고, 노동력 착취 피해 장애인 중에는 지적장애가 69.1%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많은 학대가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하며, 시설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은 ‘탈시설-자립 지원’ 체계 구축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대규모 시설은 학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며 “시설을 소규모화해야 하고, 세계적 흐름인 탈시설-자립지원 패러다임에 맞춰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체계 마련, 탈시설 로드맵 구축 정책 등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동시에 종사자 대상 교육 강화, 소진 방지 프로그램 개발, 신고의무자(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장애인 학대 인지 가능성 높은 직군)가 학대의무자인 경우 가중처벌 및 취업제한 등을 필요 정책으로 꼽았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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