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친권자의 징계권을 민법에서 삭제하고 자녀에 대한 모든 처벌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9일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고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와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밝힌 민법 915조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방어 수단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아동학대 사건은 8만7천여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기간 동안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회와 법무부에서도 민법 915조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1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됐고, 법무부도 이 조항의 삭제를 뼈대로 하는 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면서도 ‘친권자가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다.
인권위는 “민법 913조에 자녀를 보호하고 교육할 권리가 이미 규정돼 있어 별도로 ‘필요한 훈육’ 문구를 규정하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체계로 봐도 민법 915조를 삭제해야 이미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등 관련법과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