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0일. 서울시청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초청해 청계천 복원사업을 설명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노숙인들의 삶이 단순히 그들만의 탓일까?
언젠가 서울시 출입기자 몇 명이 모여 가상의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만약 이명박 서울시장이 성형수술을 한다면 어디를 가장 고치고 싶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쌍꺼풀’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모두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 것은 ‘성대’였다.
하루에 잠을 네시간 밖에 안 잔다는 이 시장은 체력이 아주 강하지만 목을 포함한 호흡기는 약한 편이다. 마이크를 잡아도 목이 잠겨 제대로 말이 안 나올 때가 많다. 코막힘 증세도 있다. 명연사가 되기에는 한참 떨어지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1일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노숙인 특강’은 이 시장의 연설이 이제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했다. 이날 특강은 서울시가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뉴타운 건설 현장에 투입될 신청자 1072명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었다. 이 시장이 젊은 시절 사회 밑바닥에서 인생 역정을 맛보았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기에 이날 특강 역시 체험 고백이 뼈대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날 연설은 단순히 체험을 늘어놓으며 정서를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춰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며 진행됐다.
노숙인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 취합한 바로는, 서울시의 노숙인은 약 1만5천여명 가량 된다고 한다. 이 중에 7% 가량이 오늘 서울시에서 지급한 푸른 유니폼을 입고 시장의 ‘간증’을 들었다. 반응은 엇갈렸다. “세상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며 씩씩하게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말을 건네면 꾹 눌러 쓴 모자 아래 입술을 앙 다물었다.
시장은 이들을 위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그쳤다. 남 탓이 아닌 자기 탓으로 알고 시작하라고 했다. 시장의 말처럼 이들이 ‘결단’하지 못해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그랬다면 차라리 좋겠다. 몇달 뒤에도 ‘거리의 사람’들이 계속 ‘일하는 사람들’로 살아가면 좋겠다.
<한겨레> 사회부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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