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당ㅣ나도 쓴다
우리가 흔히 ‘영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물리적 한계나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어 감탄할 만한 것을 이룬 사람들에게 그런 칭호를 붙인다. 하지만 영웅적 면모는 아무 시련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가 그 앞길을 막아서고 장차 영웅이 될 이를 방해한다. 나는 우리를 가로막는 것들, 결국은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 ‘누군가’들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읽기를 계속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신체/정신적 조건을 이유로 당신을 ‘불능의 존재’로 대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예를 들어 당신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무언가를 해보려고 신나게 착착 준비하고 있는데 당신과 당신의 일에 관심도 없다가 ‘당신은 어린이/청소년-노인이라서, 여성-남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젠더퀴어라서 그것을 하지 못합니다’라고 끼어드는 누군가. 당신을 비하할 수 있고 당신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는 누군가. 누군가라는 이유만으로 당신에게 일종의 폭력을 휘두르는 누군가 같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하지 못하게 막는 ‘누군가’ 중 가장 큰 예는 법률과 사회적 규칙이다. 가장 완강하고 단단한 것 또한 그들이다. 그 덕분에 우리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범죄를 예방하기도 하지만, 옳지 않거나 이미 시대가 변하면서 바뀌어야 했던 것이 그대로 법률로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땐 법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족쇄가 되어 우리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늘어지며 ‘변화의 흐름’을 원천 차단한다. 때로는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기까지 한다. 입법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성실과 법에 대한 고찰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군가’ 중에는 숫자로는 절대로 다수가 아니지만 분명하게 절대다수인 모순적인 집단이 있다. 이들은 이 사회에서 힘이 가장 센 집단이며, 영향력으로는 법도 이길지 모른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들은 스스로 정상이라 정체화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부와 명예를 축적하고 유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의였든 아니었든 다른 이들을 비정상으로 묶어내 소외시킨다. 비정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다른 이들을 짓밟는다. ‘정상’들은 ‘비정상’들을 짓밟는다. 이게 바로 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모태이다.
‘누군가’ 중에는 시선도 있다. 이상하게 바라보고, 곱지 않게 바라보고, 노려보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들. 다수의 날카로운 시선은 용감한 사람의 심장도 쪼그라들게 만들고 자신감에 넘치던 사람도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 사실 잘못된 건 그 시선들일 수도, 아니면 그 시선들을 조종하는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영웅은 이 모든 ‘누군가’들을 이겨낸다. 하지만 모든 걸 혼자 하진 못한다. 늘 연대해야 한다.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연대하는 영웅들이 필요하다. 차별에 익숙한 ‘누군가’가 되기보다는 옆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영웅’이 되자. 사람들의 곁을 지켜주자.
정인우(고1)

정인우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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