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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불이야!” 큰 목소리로 한번 외쳐볼까요?

등록 2021-07-05 18:16수정 2021-07-06 02:32

우리 아이 위한 ‘안전교육’

생활 속 위험 살펴보는 교육
전국 곳곳에 있는 안전체험관에서
화재·태풍·지진 대처법 알아봐

실내 수영과 ‘생존 수영’은 달라
입수교육·잎새뜨기·기본배영 등
몸으로 익히면 “더 안전해져요”
지난달 경상남도 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화재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안전체험관 제공
지난달 경상남도 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화재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안전체험관 제공

“코로나19 이후로 ‘안전’은 생활이 됐잖아요. 위생·방역뿐 아니라 아이가 생활하면서 마주하는 곳곳의 위험 요소를 살펴보고 체험하면서 경각심을 갖게 되니 안전교육이 제대로 되더라고요.”

지난 6월 여섯살 딸아이와 함께 ‘경상남도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은 보호자 김상희씨의 말이다. 그동안 ‘불조심, 물 조심, 차 조심’ 아무리 말해도 안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실제 재난을 겪어본 적 없으니 ‘나와는 먼 얘기’라고만 여겼다. 한데 이번에 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소화기 사용법은 물론이고 홍수, 물놀이 안전, 지진, 응급처치, 승강기 안전 등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재난 상황이라는 게 예고 없이 찾아오잖아요. 평소 안전교육을 받아둬야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전교육 전문가들은 “불이 났을 때 당황하고 무서워서 그 자리에 멈춰 서는 아이들이 50%가 넘는다”고 말한다. 당황하면서 위축되는 탓에 “불이야!”라고 큰 소리로 외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이가 직접 해본 경험이 없으면 실제 상황에서 말문이 막히기 때문이다. 큰 목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안전교육이고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팬데믹으로 안전과 재난에 관심이 높아져 요즘에는 가족 단위로 안전체험관에 가 함께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국 곳곳에 있는 안전체험관, 재난체험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으로 인원수를 정해 예약을 받는다. 여름방학과 물놀이 시즌을 맞아 어린이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2016년 7월21일 광주동부소방서가 ‘어린이 소방안전체험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7월21일 광주동부소방서가 ‘어린이 소방안전체험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놀면서 ‘눈높이 안전교육’

요즘에는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형 재난체험관이 인기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서울 ‘목동 재난체험관’(www.mokdongdstc.com)에서는 가상현실(VR)과 ‘방 탈출 게임’을 통해 지진, 화재, 홍수 등 다양한 재난 상황에 관한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재난 유형을 현실감 있게 경험해보고 아이 스스로 상황 판단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더한 재난체험관이다.

목동 재난체험관은 재난 상황을 실제 경험하는 것처럼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헤드셋과 컨트롤러 등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한 뒤 집에 불이 났을 때 소화기를 사용하거나 태풍, 지진이 닥쳤을 때 안전한 곳을 찾는 방법 등 대처 요령을 현실감 있게 체험하고 배워볼 수 있다. 안전교육전문기관인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이 운영을 맡아 전문 강사들이 체험을 안내한다.

‘재난 상황 방 탈출 게임’은 홍수·태풍, 지진, 화재, 폭염·가뭄 등 네가지 재난 상황을 설정한 방에서 5분 안에 벗어나 보는 놀이다. 방마다 해결해야 할 ‘미션’이 있어 어린이들이 특히 흥미를 갖는다. 홍수·태풍 방에선 누전차단기를 내리고 손전등, 구급함 등을 찾아야 한다.

목동 재난체험관에서 방 탈출 게임을 경험해본 최서영(12) 학생은 “‘화재 방’에선 레이저가 나오는 소화기로 불을 꺼야 하고, ‘지진 방’에선 높은 지대로 몸을 피해야 한다. 미션을 수행하면 문을 여는 암호를 얻어 방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나 웹툰에서는 재난 상황을 많이 봐왔는데 실제 내가 몸으로 겪어본 건 처음이잖아요. 안전교육을 받고선 집 주변, 학교 건물에 있는 소화기부터 유심히 챙겨보게 됐어요.”

지난달 경상남도 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지진 대피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안전체험관 제공
지난달 경상남도 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지진 대피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경상남도 안전체험관 제공

차에 갇혔을 때는 어떻게?

지진·태풍·화재·교통사고 등 여러 가지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을 미리 체험해보며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안전체험관’도 추천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안전체험관’을 검색한 뒤 가까운 곳으로 예약하면 된다.

지난 6월에 문을 연 경상남도 안전체험관에는 4D 재난체험관, 지진·붕괴·태풍·침수 등 자연재난체험관, 화재 신고·진압·대피·비상탈출 등 화재안전체험관, 응급처치·방사능안전체험관, 승강기안전체험관 등이 마련돼 있다. 이론교육이 아닌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불이 나서 연기로 가득 찬 건물 복도를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체험, 어두운 곳에서 뿌연 연기가 날 때 이동하는 방법, 지진이 났을 땐 벽을 따라 걷고 불이 났을 땐 통로 중앙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 뒤 승강기에서 안전하게 탈출하는 방법 등 생활 밀착형 재난 대피 훈련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보호자 김상희씨는 여섯살 딸아이와 함께 안전교육을 받으면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속 위험 요소를 알게 됐다. 김씨는 “하루 종일 시간을 내어 재난체험관의 모든 프로그램을 이수했다”며 “건물 붕괴로 갇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진이 났을 때 주변의 방석이나 쿠션을 사용해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 침수로 차에 갇혔을 경우, 버스 창문을 망치로 깨서 탈출하는 방법 등을 하나하나 체험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19에 신고하는 방법도 유용했어요. 불이 나거나 누군가 아플 때 119에 신고하면서 말해야 하는 내용을 한번이라도 연습해보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가 직접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며 안전핀 뽑고 불도 꺼보고요.”

서울 보라매안전체험관 3층에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체험장이 있다. 집안 곳곳의 위험 요소에 대한 교육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진행한다.

어린이집이나 보호자를 동반한 가족들이 조를 이뤄 체험관을 찾는데, 아이들이 직접 안전용품을 만져보고 써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작은 소방차’라 불리는 소화기 사용법부터 특히 지하철 화재 때 수동개폐장치 사용법, 스크린도어 여닫는 법, 역사 내 화재용 긴급대피 마스크 사용법 등 평소 해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상세히 교육하고 있어 반응이 좋다.

안전교육의 핵심은 반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안전 감수성을 키워 생활 속에서 반복 훈련하면 우리 아이의 ‘생존 능력’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보호자들도 ‘우리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놀이하다 위험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을 생각해본 뒤 아이들과 손잡고 안전교육을 함께 받아볼 것을 권한다.

2018년 7월23일 서울 잠실야외수영장 앞 한강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생존수영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두시간에 걸쳐 입수 교육, 잎새 뜨기, 체온 유지, 구명뗏목 탑승 및 구조 신호 보내기 등이 진행됐다. 김지윤 기자
2018년 7월23일 서울 잠실야외수영장 앞 한강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생존수영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두시간에 걸쳐 입수 교육, 잎새 뜨기, 체온 유지, 구명뗏목 탑승 및 구조 신호 보내기 등이 진행됐다. 김지윤 기자

구명조끼 착용법과 생존수영 배워보자

물놀이 시즌을 맞아 ‘생존 수영’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생존 수영이 초등학교에서 필수교육이 된 만큼 보호자들도 ‘취미 수영’과는 다른 생존 수영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특히 각 지역 해양경찰이 진행하는 ‘찾아가는 연안 안전교실’ 등의 반응이 좋다.

해양경찰관이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직접 찾아가 물놀이 안전수칙과 생활 속 응급 상황 대처 요령 등을 알려주는 안전교실에서는 구명조끼 착용 방법, 생존수영법, 바다 안전상식, 연안 안전사고 및 물놀이 예방 수칙, 생활 속 응급처치 이론과 심폐소생술 실습, 바다 위험생물(해파리 등) 대처법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 전북 군산·부안과 강원 속초해양경찰서 등이 관내 학교를 찾아가 안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생존 수영의 첫 단계인 ‘잎새 뜨기’는 말 그대로 나뭇잎처럼 팔을 벌리고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말한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지 않고도 비교적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어 실제 응급 상황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잎새 뜨기는 몸에 힘을 빼고 폐에 공기가 충분히 들어가게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하늘을 바라보고 물에 대자로 눕는 방법이다. 부력으로 몸이 물 위에 뜨게 되는데, 이때 호흡을 내뱉으면 다리부터 가라앉게 된다. 다시금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오래 떠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욕장에 가기 전 보호자와 아이가 전문 교육과정 등을 거쳐 충분히 연습해보면 좋다”고 강조한다.

성열운 해양수련 지도사는 “잎새 뜨기, 기본 배영 등 생존 수영은 바다나 강에서 개인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수영 방법으로, 보통 알려진 수영 방법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수영과 다르게 기록 단축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물 위에서 최소한의 체력으로 최대한 오래 머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생존 수영의 기본은 아이와 보호자가 물속에서 당황하지 않고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며, 규칙적인 호흡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에 적응하기부터 물에서 뜨기, 인명 구조법을 점진적으로 습득해 생존 수영의 기본적인 요소를 배울 수 있지요. 바지를 이용한 튜브 만들기 등 실제 활용도가 높은 생존 수영 방법을 꼭 익혀두길 권합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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