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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MODU DREAMER] 열두 개의 컵으로 세계를 정복하다, 대한스포츠스태킹협회 소속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3인방

등록 2021-07-28 15:25

‘방심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영화 <타짜>의 명대사가 생각나게 하는 스포츠 경기가 있다. 빠른 스피드를 겨루는 컵쌓기 게임, ‘스포츠스태킹’이다. 스포츠스태킹은 열두 개의 컵을 눈 깜짝할 새에 쌓고 내려야 해서 ‘손으로 하는 육상경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컵을 든 청소년들, 대한스포츠스태킹협회 소속 스포츠스태킹 국가대표 3인방을 만났다.
(왼쪽부터) 문성현(안양 백영고 3) 2019 중국 아시안 챔피언십 개인 3-3-3 종목 1위 (1.49초), 2019 스페인 월드챔피언십 개인 종합 3위 (8.848초) / 정택훈(전주 전라고 3) 2019-2020 시즌 대한민국 사이클 종목 1위 (5.418초), 2019-2020 시즌 남자부 아시아랭킹 2위 (8.872초) / 조한서(세종 소담중 3) 2019 중국 아시안챔피언십 개인 종합 3위 (9.656초), 2019 스페인 월드챔피언십 더블 종목 1위 (6.7초) 사진 손홍주
(왼쪽부터) 문성현(안양 백영고 3) 2019 중국 아시안 챔피언십 개인 3-3-3 종목 1위 (1.49초), 2019 스페인 월드챔피언십 개인 종합 3위 (8.848초) / 정택훈(전주 전라고 3) 2019-2020 시즌 대한민국 사이클 종목 1위 (5.418초), 2019-2020 시즌 남자부 아시아랭킹 2위 (8.872초) / 조한서(세종 소담중 3) 2019 중국 아시안챔피언십 개인 종합 3위 (9.656초), 2019 스페인 월드챔피언십 더블 종목 1위 (6.7초) 사진 손홍주

Q. 스포츠스태킹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국가대표까지 하게 됐는지 궁금해.

정택훈(이하 택훈)_ 학교 체육시간에 처음 접했는데 친구와의 기록 내기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다가 대회까지 나가게 됐지. 국가대표 선발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협회에서 인재를 직접 캐스팅하는 ‘초청선발’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남녀 5명씩을 뽑는 ‘기록선발’이야. 나는 초5 때 초청선발로 국가대표가 됐어.

문성현(이하 성현)_ 나도 초등학생 때 체육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이후로 스포츠스태킹을 시작했어. 꾸준히 연습해서 대회에서 뽑혀 국가대표가 되기까지는 3년이 걸렸지.

조한서(이하 한서)_ 나는 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초3 때 학교 수행평가로 스포츠스태킹을 연습했는데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거야.(웃음) 그때부터 열심히 해서 대회에 참가하고, 메달도 따면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어.

Q. 스포츠스태킹 선수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야?

성현_ 시간을 재서 기록으로 싸우는 종목이다 보니, 내가 세운 기록을 경신할 때 성취감을 느껴. 우리들끼리 커뮤니티에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도 하거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건강하게 경쟁하면서 교류하는 게 즐거워.

한서_ 맞아. 세계대회에 나가면 각국의 선수들을 만나는데, 국제적인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숙소에서 같이 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돼.

택훈_ 나는 스포츠스태킹 경기를 할 때 많이 떠는 편인데, 그 떨림이 기분 좋은 것 같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경기장에서 긴장감을 이겨내고 기록을 깨는 데에 성공하면 주변에서 환호가 터지면서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로 실패하면 좌절감이 크지. 엄청 오래 가.(웃음)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손끝의 모든 감각을 모아야 해. 사진 제공 문성현 · 정택훈 · 조한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손끝의 모든 감각을 모아야 해. 사진 제공 문성현 · 정택훈 · 조한서

Q.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구나. 각자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살짝 ‘썰’을 풀어줘.

한서_ 중국 아시안챔피언십 마지막 사이클 경기 결선에서 정말 좋은 기록이 나왔는데 컵이 쓰러져버린 거야. 다행히 테이블이 흔들려서 그랬던 걸로 통과 처리가 됐어. 그 덕분에 아시아 종합 3등을 기록했는데, 벼랑에서 살아난 기분이었지.

택훈_ 2019년 스페인 월드챔피언십 단체전에서 최종 1등을 했었거든. 그런데 예선에서 스크래치(실격) 판정이 나서 아찔했던 적이 있어. 릴레이 경기에서는 선을 밟으면 실격 처리인데, 우리는 분명 선 뒤에 서 있었거든. 오심임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항의하다가 결국 영상 판독으로 실격이 취소됐어. 만약 번복되지 않았다면 세계 1등을 못했겠지?

성현_ 맞아. 그때 택훈이와 나는 같은 팀이었어.(웃음) 나는 스페인 때 개인전 종목 성적이 좋아서 세계 3등을 했었어. 개인전의 3개 종목을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거든. 가장 짧은 시간 내에 해야 하는 3-3-3 종목이 나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어서, ‘최대 아웃풋’이었지. 

Q.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친구들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을 것 같아. 학교생활과 병행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택훈_ 부모님이 지원을 많이 해주셨어. 우리 집에 ‘컵방’을 하나 만들었을 정도야.(웃음) 그래서 집에서 스태킹 연습을 하루 10시간 정도 해본 적도 있어.

한서_ 대회를 앞두고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거든.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학원을 빼고 7~8시간 연습을 해도 긴장이 돼서 실수하면 눈물이 날 때도 있어.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성현_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체육교실에 모여 기록 내기를 하면서 실력을 기르고, 주말에는 가끔 동네 탁구장에서 컵을 쌓곤 했어. 나도 신기록을 세우려고 10시간 가까이 ‘특훈’ 했지.  

2019 스페인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한 우리들. 세계협회 회장님의 부탁으로스페인어로 ‘안녕하세요’가 적힌 종이를 들고 환히 웃고 있어. 사진 제공 문성현 · 정택훈 · 조한서
2019 스페인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한 우리들. 세계협회 회장님의 부탁으로스페인어로 ‘안녕하세요’가 적힌 종이를 들고 환히 웃고 있어. 사진 제공 문성현 · 정택훈 · 조한서

Q. 그렇다면 스포츠스태킹을 잘하고 싶은 꿈나무들에게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다!’하는 나만의 꿀팁을 전수해줄 수 있어?

성현_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 나보다 기록이 비슷하면서 조금 빠른 선수의 영상을 틀어놓고 동시에 연습하면서 기록을 조금씩 단축하는 거지.

택훈_ 유튜브에 가면 ‘몇 시간 동안 사이클을 할 수 있나’와 같은 주제의 재밌는 스포츠스태킹 영상이 많아. 나는 ‘로렌스 머서런’이라는 선수의 팬이라서 그의 동영상을 추천하고 싶어.

한서_ 컵과 컵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으면 손에 걸리기 쉬워. 현실에서도, 스포츠스태킹을 할 때도, ‘거리 두기’는 필수!(웃음)

Q. 끝으로, 세 친구가 이루고 싶은 미래의 꿈을 알고 싶어.

한서_ 성인이 되면 손이 조금씩 느려질 거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대회 연습하면서 국가대표 순위권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야.

성현_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내 이름을 들으면 딱 알 수 있는 스태커가 되는 것이 꿈이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스포츠스태킹 세계대회를 진행하는 'MC 성현‘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웃음)

택훈_ 스포츠스태킹 장르가 언젠가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현재 주니어올림픽에는 등재되어 있거든. 나는 의류학과에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데, 나중에 내가 만든 옷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대회를 나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이은주 ●사진 손홍주, 문성현·정택훈·조한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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