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김선호의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아동이 있는 가구 중에 아동 1명만 있는 가구가 절반이 넘는다. 2019년 통계청 ‘아동 가구 통계등록부’ 자료에 따르면 50.8%다. 학부모 상담 기간 중 바쁜 엄마를 대신해 할머님이 오시는 경우가 있다. 그때 이런 말씀을 종종 하신다. “외둥이라서 버릇이 좀 없습니다. 이쁘게 잘 봐주세요.”
일반적으로 외동아이들이 사회성이 부족할 것이라 판단한다. 더 이기적일 거라 생각하고, 어린 시절 많이 외로울 거라 여긴다. 정말 그럴까? 많은 연구들이 외둥이이기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이기적이고 외로울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대부분 아동 문제는 ‘외둥이라서’가 아니라 ‘가정환경과 부모 역할에 따라’ 결정된다.
학급에서 보면,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부모의 ‘과잉 기대감’에 있었다. 아이들마다 발달 과정의 편차가 존재한다. 어떤 아이는 신체 운동 기능이 앞서고, 어떤 아이는 정서적 공감 능력이 앞선다. 어떤 아이는 인지 능력이 앞선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지 못했던 외동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에게 무언가 교육적 투입을 하면, 그 결과가 최소한 투입한 것만큼은 나올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아이의 고유한 성향, 성격, 민감도, 내향·외향성, 감각, 직관력 등에 따라 잘해내는 것이 있고, 유달리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부모는 일단 우리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이 모든 걸 하게 해주면 해주는 대로 잘해낼 거라고 기대한다. 그 모든 기대감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전달된다.
외둥이를 둔 엄마 아빠로서 중심에 둘 사안은 자녀 교육에 대한 속도감이다. 어느 정도의 속도감으로 공부, 운동, 사회성, 정서력 등을 기대하고, 가르칠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고려 없이 많은 것을 주면 좋다는 생각으로 투입량을 늘릴 때, 외동아이로 하여금 더 많은 실패감을 맛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의 효용성과 가치감을 기대 수준보다 훨씬 못하게 스스로를 단정 짓게 된다.
외동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외동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이 엄마 아빠에게는 모두 ‘처음 맞이하는 과정’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부모 역할 공부에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장을 위한 것이 아닌, 3~4년 후의 발달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녀 교육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적정한 기대감으로 자녀의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외롭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외둥이라서’라고 귀결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녀 교육과 발달 과정은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외둥이라서가 아니라 처음 키워보는 거라서, 아직 자녀 교육에 서툴러서 그럴 뿐이다. 외둥이든,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든, 부모 역할에 서툰 가정은 아이들의 신체 및 심리 정서 발달, 인지 발달에 문제가 발생한다. 자녀의 수가 아니라 부모 역할 공부에 따라 결정된다.
김선호 서울 유석초 교사

김선호 서울 유석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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