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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사람의 생각을 읽다, 기계와 감각을 잇다! 감성인식기술전문가

등록 2021-09-03 16:46수정 2021-09-03 17:08

많은 이들이 감성과 감정을 혼동하곤 한다. 감정이 기쁨과 슬픔, 두려움, 화남 등의 기분이라면 감성은 시각과 촉각 등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감성인식기술은 과학적 방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생각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즐겁고 편안한 행복을 바라는 시대, 인간의 본능을 알아채고 편안함을 선사하는 감성인식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나도 모르는 내 감정을 읽어 편안함을 선물하는 기술

사람은 감동하고, 성취하고 사랑하며 사는 행복한 삶을 바란다. 우리는 대개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며 선택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성을 지배하는 것은 감성이다. 쇼핑을 할 때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고르는 물건과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고르는 물건이 달라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감성인식기술은 이러한 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인식하며 평가한 뒤 예측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표정과 자세, 뇌와 심장의 신호, 피부의 온도, 목소리와 어휘 등 사람들이 표현하는 여러 반응을 통해 감성의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응용하는 것이다. 감성인식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용자가 특별히 인지하지 못해도 불편함이 없고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른 반응은 딥러닝으로 익혀 상호작용해

이제 사람들은 기계와 로봇이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기를 기대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기계가 인간의 감각을 읽어내야 한다. 대표적 센서 중 하나인 시선을 추적하는 아이 트래커(Eye tracker)와 카메라 센서의 경우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표정과 자세는 어떤지를 감지하고, 컴퓨터 알고리즘이 입력 데이터에서 감성을 분석한다. 또한 두건처럼 쓰는 뇌파측정기를 통해 뇌파(심신의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뇌의 활동상황 지표)를 측정한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볼 수 있는 접촉 및 촉각 센서로는 압력과 체온, 심장 박동수 등을 분석한다.

인식된 감성에 로봇이 반응하려면 특정 감성에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능도 구현되어야 한다. 인간이 화를 내면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하는지, 같이 화를 내야 하는지와 같은 인간과 기계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고, 반응을 어떻게 전달해야 ‘공감한다’는 느낌이 드는가에 대해 디자인하는 것 또한 감성인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사람과 기계, 서비스 간의 데이터를 쌓아 인공지능 기법을 통해 꾸준히 학습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용자의 ‘진짜 감정’도 중요하다. 이용자가 정말 좋아하는지, 거짓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므로 설문조사와 표정 관찰, 인류학 및 심리학적 방법론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 감성인식기술전문가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국민대학교 AI디자인학과 주다영 교수. 사진 손홍주
국민대학교 AI디자인학과 주다영 교수. 사진 손홍주

“감성인식으로 자각하지 않고도 가장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

국민대학교 AI디자인학과 주다영 교수

감성인식기술은 아직은 조금 낯선 용어다. 실제로 상용화된 기술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컴퓨터와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기술도 훨씬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운전자가 선호하는 온도에 맞춰 에어컨을 작동하는 자동차, 착용자의 행동 패턴을 읽고 활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추천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은 이미 상용화돼있다.

가상인간의 경우 감성인식기술전문가들이 이들의 표정을 자연스레 보일 수 있도록 딥러닝을 학습시킨 뒤 동작을 따서 입힌다. 그리고 가상인간이 직접 SNS를 만들어 활동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반응을 검증한다. 그래서 가상인간으로 대체하기 쉬운 직업이 바로 모델과 아나운서다. 실제로 세계 3대 패션 스쿨인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는 가상모델을 패션쇼에 세우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직접 만들고, 장소 또한 몰입도 높게 합성해 만들 수 있더라.

사진 MODU
사진 MODU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감성인식기술전문가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가장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 이용자조차도 ‘나도 내 마음을 몰라!’라고 할 만큼, 인간의 진짜 속마음을 모르겠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점이다. 물론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어르신들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더라도 그 대화를 이어가신다. ‘사랑이 뭘까? 인생은 뭘까?’ 하며 10분 넘게 대화를 이어가시는데, 그 기록이 아주 재밌다.

실버로봇의 경우 사람이 집에 오면 마중을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너가 자식보다 낫구나’라고 하신다. 이런 면을 보면 ‘인간에겐 누군가 필요하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이게 또 감성인식기술의 백미다.

신설되는 국민대 AI디자인학과는 내년 첫 신입생을 맞는다. 교수님은 AI디자인학과에 전임교수로 부임했는데, 학과에 대해 소개하자면?

나는 디자인과 예술을 공부하고 컴퓨터비전, HCI분야 공학 석, 박사 학위를 다시 취득했다. 융합분야에 대해 내 자신에게 실험을 해본 것이다. 8년여간 여러 기업체와 정부 사업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대학원에서 전공한 인공지능을 실생활에 녹이는 방법과 실무진을 양성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먼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디자인사이언스학과와 AI디자인전공을 신설하고 학과장이자 전담교수로 여러 학생에게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왔다.

2022년 조형대학에 신설되는 AI디자인학과는 이러한 2년간의 노하우를 반영한 학부인 만큼,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서의 역량을 함께 길러주려 한다. 기사에 따르면 이 분야는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은 거의 6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전체 산업 로드맵으로 보면 앞으로 감성인식과 AI디자인 분야의 인력 수요와 적용 산업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지원자들의 코딩 등 단편적인 기능보다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학문에 대한 이해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으며 새로운 분야를 주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지를 눈여겨보고 선발하려 한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갖고,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직업으로 보인다. 감성인식기술전문가에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초반에는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등 공학 중심으로 시작된 분야지만 국내외 주요 글로벌 기업에서 인류학, 심리학, 철학 및 디자인 등 비공학분야 전공자들이 감성인식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얼리어답터로서 기술이나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원리를 이해하면서 무엇이 불편한지 콕 짚을 수 있는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는 직업이다. 사실 ‘파이썬’ 등 유명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와 개발사의 궁극적 목표는 허들을 낮추는 것, 즉 코딩을 직접 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코딩을 할 줄 아느냐, 모르냐보다는 논리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필수적이다. 다학제적 분야이니만큼 서로 다른 전문가 사이의 협업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언어를 맞추는 것을 잘하는 친구들이 유리하다.

감성과학연구센터 김영주 대표.사진 손홍주
감성과학연구센터 김영주 대표.사진 손홍주

“사람을 관찰하며 감성인식기술의 사회적 가치와 방향성 다잡아”

감성과학연구센터 김영주 대표

감성과학연구센터는 상명대학교 감성공학과 졸업생이 주축이 돼 설립한 회사다. 감성과학연구센터에서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지 궁금하다.

상명대 일반대학원 감성공학과는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학과로, 우리 센터는 상명대학교 내 뇌정보통신연구소, 감성콘텐츠기술연구소, 일반대학원 감성공학과로 이어지면서 15년 넘게 지속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시작했다. 감성공학 기반의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 중인데, 뇌파와 심장, 자율신경계 반응, 동공 움직임, 얼굴 등 생체반응으로 감성을 분석하는 정량적 기술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반 웹캠과 같은 카메라에 보이는 얼굴로 심장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인 ‘심장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표정을 인식하고 표정 훈련을 할 수 있는 표정 훈련 시스템과 심장 반응을 기반으로 공감을 분석하는 공감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했을 때 느끼는 감성을 분석하는 컨설팅도 진행한다.

사진 MODU
사진 MODU

감성인식기술전문가로서의 업무 중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자극으로 인한 감성 반응의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보편적인 감성 인식 알고리즘을 구현하면서 그 개인차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또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일이 많은데, 그래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스트레스와 건강 상태에 대해 대화하고, 심장 반응을 언급하며 농담도 주고받는다.(웃음)

한번은 콜센터 근무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호흡 시스템 체험을 진행했었다.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호흡에 관심을 가지고, 호흡 연습으로 몸이 편안해졌다고 감사를 표한 의견을 들었을 때는 오히려 우리가 더 감사했다. 또 노년층은 표정 훈련 시스템에서 제시한 표정을 따라 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최선을 다해도 얼굴 근육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삶의 흔적이 애틋하면서도 기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사용하는 분들을 관찰하다 보면 감성인식기술의 사회적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게 된다.

사진 MODU
사진 MODU

‘감성인식기술전문가’라는 직업이 신직업으로 꼽히고, 관련 학과가 생기는 등 대중에게 이 기술이 조금씩 알려지는 추세다. 앞으로 감성인식기술의 전망은 어떨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비접촉,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지금, 서로 간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감성 정보가 누락되곤 한다. 감성인식기술은 이러한 상대방의 감성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부각되며 산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심장 반응, 표정, 음성, 어휘, 생체 신호 등 감성을 인식하는 차세대 기술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자동차, 교육,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의 기업과 정부 사업에서 감성인식기술 적용을 추진 중이라 전망이 밝다.

또한 인공지능의 최상위 지능은 감성지능이다. 지금은 시청각, 공간, 사물 등을 인식하는 지능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기능적 측면을 넘어 인간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인간화하는 감성인공지능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다방면의 인재들이 더 필요한 분야인데, 감성인식기술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지.

감성공학, 인문학, 심리학, 공학, 인지공학, 인간공학, 디자인 등 여러 학문이 융합된 기술이므로 인간 중심적 사고와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전공과 무관하게 진출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능력과 공학적 사고 외에도 인문학과 사회학, 심리학, 디자인 등 미디어와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경험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 과정이 궁금하다면 우리 센터에서 운영하는 감성인식기술전문가 민간자격증 과정 커리큘럼을 봐도 좋다. 올해는 K-MOOC의 ‘감성인식기술전문가 양성 과정’에도 선정돼 온라인 강좌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학력과 연령과 관계없이 강좌를 들을 수 있으니 수강을 추천한다.

사진 MO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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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감성과학연구센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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