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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나쁜 마음’도 공감해줘야 하는 이유

등록 2021-09-06 17:26수정 2021-09-07 02:03

연재ㅣ김선호의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김선호ㅣ서울 유석초 교사

심리적 방어기제 중 ‘투사’(投射)가 있다. 한자를 해석해보면 무언가 ‘던지고 쏘아서 맞힌다’는 의미가 된다. 그 쏘는 것들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고 싶었던 욕망이나, 상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인 경우가 많다.

5학년 사춘기 여학생 수지가 있었다. 수지는 다른 여학생 선아에 대한 안 좋은 거짓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수지를 불러 왜 그랬는지 물었다.

“선아가 나를 자꾸 기분 나쁘게 무시하면서 보잖아요. 걔는 다른 애들 무시하는 애 맞아요.”

수지 입장에서 선아가 자신을 기분 나쁘다는 듯 쳐다보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선아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려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본인 생각에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지는 왜 선아의 눈빛을 기분 나쁘다고 느꼈을까? 사실 수지는 선아의 외모, 인기, 학업 성적 등 어떤 부분에 대한 기분 나쁜 감정들을 느꼈다. 하지만 내 안에 그런 기분 나쁜 감정이 올라온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좋지 않은 감정 상황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던져버린다. ‘네가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그런 거잖아’라는 합리적 이유를 만들어낸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질투나 화를 타인의 원인 제공 때문이라고 희석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른 친구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누가 봐도 폭력적이거나 왕따를 하거나 하는 등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애매한 사안에 대해서도 안 좋게 이야기하거나 감정이 있는 상태로 말한다면, 그 부분에 대한 투사를 하고 있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사를 자주 사용하는 아이들을 보면, 평소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부정적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다. 좋은 감정, 기쁜 감정에 대한 것들은 부모가 쉽게 공감해준다. 하지만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거나 욕하고 싶은 부정적 감정은 공감이 어렵다. 하지만 그 부분도 필요하다.

“그 친구의 이어폰이 너무 좋아 보여서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구나. 그래서 훔치고 싶었고. 누구나 좋은 물건을 보면 갖고 싶어. 당연해. 그 심정 이해해. 아빠도 어릴 적 친구가 가지고 있던 야구 글러브를 탐낸 적 있어.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안 돼. 그건 잘못이야.”

이렇게 아이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까지는 인정해주되, 그 감정을 행동으로 실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해주면 된다. 그런데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남의 걸 훔치고 싶다니, 그럼 못쓰지, 그런 나쁜 마음을 먹다니!”

이렇게 되면 앞으로 그런 나쁜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 마음을 자꾸 타인에게 투사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지금, 아이들 내면의 답답함을 외부에 투사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우리 아이의 부정적 감정까지도 공감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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