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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소년문화 풍성하게 만드는 ‘창조 언어’

등록 2006-02-12 18:50수정 2006-02-13 17:10

만화는 요즘 청소년들의 유력한 또래문화의 하나다.  부모세대들이 이런 또래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만화 문화는 건전함을 잃지 않으면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서점에서 만화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만화는 요즘 청소년들의 유력한 또래문화의 하나다. 부모세대들이 이런 또래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만화 문화는 건전함을 잃지 않으면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서점에서 만화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만화 다시보기/3. 청소년 또래문화로서의 만화

부모세대들이 청소년이었을 적에도 그 맘 때의 고민과 애환을 나누는 정서적 분출구 역할을 해준 또래문화를 즐겼을 것이다. 그것은 들국화의 록 음악이었을 수도 있고, 안성기의 영화였을 수도 있고, 서정윤의 시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기성세대가 강조하는 가치 너머를 보고 싶어 했던 안타까움을 이런 작품들에 실어 달랬었을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눈으로는 낯설 수 있는 또래문화의 순기능은, 청소년들의 통제된 감성을 분출할 수 있는 ‘쿨’하고 자연스런 통로역할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다른 세대나 문화에 지나치게 폐쇄적이지만 않다면, 동질감 속에서 정체성과 자아를 찾아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386세대 젊은 부모들의 청소년 시절 유력했던 또래문화는 대중음악과 영화, 소설 등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유력한 또래문화라고 한다면 만화와 게임, 댄스, 인터넷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만화는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어 드라마로, 영화로, 게임으로 다시 창작되어 대중문화계 전반의 지형도를 다시 그릴 정도로 그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코믹마켓·코스튬플레이 ‘와글와글’

<궁>(박소희)과 <풀하우스>(원수연), <다모>(방학기)가 드라마로, <비천무>(김혜린)와 <다모>(방학기)가 영화로, <라그나로크>(이명진), <리니지>(신일숙), <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 등이 온라인 게임으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최고를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100편이 넘는 우리 만화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30여개 국가에 수출되어 지구촌 청소년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한류 전도사의 역할을 해내고도 있다.

만화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배경에는 청소년 독자들의 든든한 성원이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만화를 어떻게 자신들만의 또래문화로 즐기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들에게 만화가 기여하는 기능과 달리, 청소년들에게 만화는 건전한 오락의 기능으로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 듯하다. 청소년 시절에 교육받는 학습의 질이 만화로 담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상세대이고 새로움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만화의 형식과 내용이 감성적으로 새로운 자극이 되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만의 애틋한 사연과 정감을 나누기에 만화는 제격이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만화를 즐기는 호방함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만화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만화를 언어 삼아 자신을 표현하는 능동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청소년 만화동호회들의 행사인 코믹마켓이다.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는 청소년 만화동호회들이 모여 자신들이 만든 작품집과 캐릭터 상품을 전시하고 사고 파는 장터이다. 이틀짜리 행사에 요즘도 3만 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다녀갈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이벤트이다. 이 행사의 묘미는 역시 청소년들 스스로가 만화를 창작하고 그 것을 함께 나누며 즐기는 데 있다. 프로작가들의 작품처럼 매끈한 맛은 없지만 청소년들 스스로의 시선과 감성으로 빚어낸 소박하고 풋풋한 맛이 일품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만화를 매개로 흥겨운 놀이마당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 편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제법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가는 영상 장르에 비해 만화는 상상력과 재능만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 예비 만화작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동호회뿐 아니라 일반 초·중·고교에서도 특기적성교육으로 만화과목을 선택하는 학교가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예술적 감성을 계발하는 데 만화창작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교육계가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만화 특기적성교육과 만화의 정식교과 편입은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도 기성세대가 주목할만한 능동적인 청소년 만화문화의 한 갈래이다. 코스튬 플레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속 캐릭터의 의상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입고 직접 그 캐릭터가 되어보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코믹 마켓 같은 만화행사에 참가해서 관람객들의 사진모델이 되어주는 정도였던 코스튬 플레이 문화에, 우리 청소년들은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무대극 형식의 공연문화로 발전시켜 놓았다. 일본의 코스튬 플레이어들도 우리 청소년들의 코스튬 플레이 공연을 보고 나서는 한국 코스튬 플레이의 창의성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가 코스튬 플레이에 있겠느냐는 어른들이 있다면, 학창 시절 엠티날 밤이면 모닥불에 둘러앉아 서툰 기타 반주에 맞춰 합창을 하며 즐거워하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기성세대가 양지로 이끌어줘야

문제는 우리 청소년들이 만화로 즐기는 또래문화가 건전한 오락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지켜주는 기성세대의 배려이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만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양지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낯설다고 그들의 만화를 외면하면, 청소년들의 또래문화는 이종(異種)의 처지에 갇혀 건강함을 잃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의 만화를 양지로 이끌어주는 길은 기성세대가 먼저 만화를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여는 것이 최선이다. 청소년들이 만화에서 느끼는 재미와 감동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면, 만화를 통해 기성세대와 청소년이 소통하는 길도 열릴 것이다.

사실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면 기성세대에게도 청소년의 만화는 퍽 재미있고 즐길 구석이 많다. 아버지들에게 <비트>(박하·허영만) 같은 만화는 아들의 고민이 나의 젊은 날과 같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고, <안녕, 자두야>(이빈)는 엄마와 딸이 함께 나누는 정겨운 추억이 될 것이다. 찾아 읽지 않고 기성의 가치만을 고집하는 것은 태만이다. 이제 공은 다시 부모들에게 돌아왔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박성식/한솔수북 편집장,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앰배서더 hojenhoo-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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