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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필진] 교직계 ‘여초’ 현상과 ‘남초’ 사회

등록 2006-02-17 09:35수정 2006-02-17 13:32

교직계에서 여자 선생님들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14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 해 초-중등 교사 신규 채용자의 79.1%(1만 3205명 가운데 1만 447명), 중-고등 교사 신규 채용자의 80.3%(5,409명 가운데 4343명)가 여성이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의 71%가 여성이며, 얼마 안 있어 중-고교에서도 남녀 교사 비율이 역전될 전망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직계의 지나친 '여초' 현상으로 인해 남학생들의 '남성성'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여성이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유약하고 책임감이 약하다는 뿌리깊은 성차별적 편견과 맞닿아 있는 듯 하다. 성차별적 편견은 교직계 '여초' 현상을 해결하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 한다.

우리는 '여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직종이 교직이나 간호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되어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200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교육 전문가의 61%, 보건의료 전문가의 66%가 여성이다. 하지만 교육과 의료를 제외한 나머지 정규 직종은 대부분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편중이 심한 과학 전문가의 경우에는 남성이 85%를 차지하고 있고, 컴퓨터 관련 전문가의 경우에는 남성이 81%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들은 극히 제한된 일부 직종에만 몰리고 있다.

왜 이런 편중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차별에 시달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여성들이 교사나 간호사가 아닌 다른 정규 직종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여성이 낸 이력서는 바로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승진의 경우에도 강고한 '유리천장'을 깬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시험, 의사시험 합격자의 약 70%, 박사학위 소지자의 75%가 남성이다. 뿐만 아니라 500명 이상 기업체에서 임원의 97.7%, 부장의 97.4%, 과장의 96%가 남성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압도적인 남성중심 사회인 것이다.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좁다.

결국 여전히 강력한 남성중심적 사회 풍조가 교직계의 여초 현상을 불러온 셈이다. 능력 대신 성별을 우선시하는 전통적 누습이 시장을 왜곡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남성 할당제'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교직계에서 '남성 할당제'를 도입할 것이라면, 먼저 전사회적으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여, '여초'보다 훨씬 광범한 '남초' 현상에 먼저 칼날을 들이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했듯이 교직계에서의 '여초' 현상은 결국 '남초' 사회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교직 아닌 다른 직종으로 진입하기가 쉬워진다면 교직계의 '여초'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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