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찾은 아이와 부모, 학생들이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학부모 기자가 간다
긴 겨울방학이 끝났다 싶더니, 개학하자마자 어느새 봄방학이 다가왔다.
숙제가 없는 봄방학, 새 학년, 새 학기 준비로 다소 들떠 있을 시기 도서관을 안방처럼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자녀가 책과 친해지기를 바라던 학부모들은 함께 도서관으로 매일같이 나들이를 가며 짧지만 알찬 방학을 보내고 있다.
겨울방학 기간에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출·퇴근했다는 김옥희씨는 평소에는 학교, 학원 생활에 지쳐 시간 내기 힘들어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던 아이를 방학 동안만이라도 마음껏 책을 읽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아이는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보인 게 느껴졌다. 김씨는 “아이가 책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겨울방학 내내 무려 300여권의 책을 읽어 왕성한 독서욕을 자랑하는 손동우(10·초3년)군은 다시 책읽을 기회가 많아진 봄방학이 너무도 반갑다. 그는 “처음에는 엄마랑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보다 밥이나 간식 먹는 재미가 더 좋아 따라다녔는데, 이젠 매일매일 책 읽는 게 즐겁다”고 도서관 애찬론을 폈다.
학부모 김선희씨는 아예 가족 열람실을 따로 예약하며 온 가족에게 독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씨는 “집에서 하는 모든 공부거리들을 다 챙겨와 밤 10시까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책도 읽고, 공부도 하니 너무 좋다”고 흐뭇해했다.
남산도서관 주상수 사서는 “가족 단위로 도서관을 찾는 일이 많아진 게 최근의 달라진 모습”이라며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 읽고 난 뒤의 느낌을 그림이나 글로 아니면, 간단하게 책 제목과 지은이, 주인공 이름과 간단한 소감 등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서관에 다니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있는 도서관 한켠에서는 또 다른 모습들도 엿보인다. 새 학기 계획표를 짜거나 교실 환경미화 작업을 미리 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 올해 과천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허진성, 김희정, 류승연, 유지혜양의 경우 졸업을 맞이해 교실 게시판에 꾸밀 포스터 만들기에 열심이다. 이들은 “도서관이 따뜻하고, 분위기도 조용해서 생각도 잘 떠오르고 집중도 더 잘 되어 친구들과 공동작업을 하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혼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떠들지 않고, 책 읽는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면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적지 않은 학생들은 만화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도 해 부모들을 애타게 하기도 한다. 다행히 내용과 그림이 좋은 만화책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자만 건전하지 못한 내용이 담긴 무분별한 만화책에 빠질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일단 도서관을 자주 들락거리는 학생들은 책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재미로 시작하는 독서가 시간이 지나면서 깊이있는 독서로 이어질 것을 믿는다면 청소년들에게 봄방학은 뜻깊은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봄방학에 뭘할까 고민하는 부모들은 시간을 쪼개 자녀들 손을 잡고 도서관 나들이를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글·사진 이정매/학부모 기자 jmlee0704@hanafos.com
글·사진 이정매/학부모 기자 jmlee0704@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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