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매는 좋겠네/ 어매는 좋겄네/ 다 살고 죽었응게/ 어매는 좋겄네/ 어매 자식 만나러 강게/ 어매 남편 만나러 강게로/ 어매는 좋겄네
죽음이나 죽음의 기억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저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가서 국화 꽃 한송이 얹고 인사하면 그만이다. 죽은 자의 인생이나 유산을 돌이켜보는 일은 그저 거추장스러운 일로 치부된다.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삶과 죽음은 항상 같이 있었다. 그래서 죽음은 애통하고 슬프지만 사람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삶이라고 말했다.
임종·초혼·입관·꽃상여·성분… 시인 김용택이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조용한 마을엔 보리싹같은 생기가
김용택 시인은 <맑은 날>에서 우리의 죽음을 되살려낸다. 할머니의 죽음을 장시를 통해 구구절절 실감나게 담아내고 우리 마음으로까지 옮겨온다. 아흔 넷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고인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슬픔과 명복을 비는 마음, 할머니를 보내고 난 뒤의 애틋하고 허허로운 마음이 고운 시어와 이미지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예컨대 그것들은 아흔네 해를 사는 동안 동학과 일제와, 남편을 앗아간 전쟁에 이르기까지 갖은 풍상을 겪어오면서 억척스레 자식들을 키워놓은 뒤, 죽을 때를 향해 차근차근 당신을 이끌어가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또 열일을 제쳐두고 초상마당으로 모여들어 그 번거로운 상가의 일들을 추스르고 빈 상여 놀이판을 벌여 슬픔과 애환을 다 같이 풀고 나누던 이웃들의 마음이다. 또 할머니를 산에 묻고 돌아와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쓸쓸해 견딜 수가 없어 흐르는 강물에 울던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죽음의 시는 참 ‘아름답다’.
따라서 시그림책이라는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책처럼 보인다. 얼마쯤 삶의 풍상을 거쳐온 사람들이어야지 할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의 깊이와 달리 아름다운 시와 정감 넘치고 생생한 그림은 아이들에게 더 적절하다. 결국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마음 깊이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전통 상례 문화를 아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상례가 진행되는 초상마당의 풍속과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으로서도 손색이 없게 꾸며져 있는 덕이다. 고인의 죽음을 지켜보는 ‘임종’에서부터 망자의 저고리를 위로 던지며 그 이름을 부르는 ‘초혼’이라든가, 온 가족이 모여 주검을 관에 넣는 ‘입관’, 상여에 주검을 태워 무덤자리로 옮기는 ‘운구’, 주검을 묻고 무덤을 짓는 ‘성분’에 이르기까지 상례의 과정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오늘 밤에는 엄마, 아빠, 아이 모두 모여 <맑은 날>을 음미하며 문학과 회화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예술적 감흥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용택 글, 전갑배 그림. -사계절/1만5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조용한 마을엔 보리싹같은 생기가
따라서 시그림책이라는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책처럼 보인다. 얼마쯤 삶의 풍상을 거쳐온 사람들이어야지 할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의 깊이와 달리 아름다운 시와 정감 넘치고 생생한 그림은 아이들에게 더 적절하다. 결국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마음 깊이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전통 상례 문화를 아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상례가 진행되는 초상마당의 풍속과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으로서도 손색이 없게 꾸며져 있는 덕이다. 고인의 죽음을 지켜보는 ‘임종’에서부터 망자의 저고리를 위로 던지며 그 이름을 부르는 ‘초혼’이라든가, 온 가족이 모여 주검을 관에 넣는 ‘입관’, 상여에 주검을 태워 무덤자리로 옮기는 ‘운구’, 주검을 묻고 무덤을 짓는 ‘성분’에 이르기까지 상례의 과정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오늘 밤에는 엄마, 아빠, 아이 모두 모여 <맑은 날>을 음미하며 문학과 회화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예술적 감흥을 함께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용택 글, 전갑배 그림. -사계절/1만5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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