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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56살 중졸고시·64살 박사된 이력 살려 ‘시민대학’ 키웁니다”

등록 2022-04-17 18:03수정 2022-04-18 02:36

[짬] 인천인재평생교육원 김월용 원장

김월용 원장이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김월용 원장이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올해 만 66살인 김월용 인천인재평생교육원(이하 평생교육원) 원장은 56살 때까지 초등학교 졸업자로 살다 불과 8년 뒤인 64살에 한세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과일 가격 예측 모델 연구’이다.

2011년 한해 중·고교 검정고시에 잇달아 합격한 그는 최단 시간에 학사를 따려고 독학사 과정을 선택해 역시 1년 만에 끝냈다. 독학사 4단계 시험 중 3단계까지는 시험을 봤고 마지막 4단계는 국가공인자산관리사와 공인중개사·텔레마케팅관리사 자격증을 따서 대체했단다. 2013년에는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2년 반 만에 정책학 전공 석사 학위를 땄고 박사 학위도 딱 3년 걸려 2019년 초에 받았다.

그의 뒤늦은 공부 열정은 어린 시절 늘 병석에 있었던 부친이 차남인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를 실현해주었다. “아버지는 제가 다섯 살에 한글을 깨치는 것을 보고 ‘선생을 하면 잘할 텐데’라고 말씀하시곤 했죠.” 이 바람대로 그는 석사 학위를 따면서부터 경인여대 외래교수로 대학 강단에 섰고 2018년부터 3년 동안 한국폴리텍 인천캠퍼스 학장도 했다. 지난해 그가 주로 인천시 공무원이 맡던 자리인 평생교육원장 공모를 통과했을 때 박남춘 인천시장은 “김 원장을 보고 시민들이 더 공부를 하게 될 것 같다”고 격려했단다. 평생교육원은 인천시 출연기관이다.

지난 14일 인천 예술회관역 근처 사무실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지난 1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인천시민대학 시민라이프칼리지 출범 행사에서 김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인재평생교육원 제공
지난 1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인천시민대학 시민라이프칼리지 출범 행사에서 김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천인재평생교육원 제공

강원도 영월에서 난 김 원장은 초등학교를 나온 뒤 뻥튀기 장사 등으로 집안 살림을 돕다 18살 때부터 탄광 노동자로 꼬박 8년을 일했단다. “아픈 아버지 대신 어머니 홀로 시장에서 장사해 7남매를 키우느라 중학교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았어요. 형님이 경비원으로 있던 탄광에 들어가 처음에는 기계를 설치하다 나중에는 갱목을 탄차에 싣고 갱 안까지 나르는 일을 했죠.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 달 뒤 사표를 냈어요. 제가 탄광에서 일한다고 어머니가 늘 마음 아파하셨거든요.”

영월을 떠나 인천에서 3년 회사 생활도 했던 그는 30대 초반부터 고향 친구와 동업으로 건축 사업을 시작해 경제적인 여유를 얻게 되었단다. 1998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위기도 그에게는 기회였다. “헐값으로 땅을 사 대형스포츠센터를 지을 수 있었어요. 그때도 동업이었죠.” 동업 다섯 번을 모두 성공했다는 그는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이익을 똑같이 나누면 (동업) 상대가 의심합니다. 저는 70%까지 (상대에게) 줬죠. 그렇게 하니 저를 신뢰하고 (경영을) 완전히 맡기더군요.”

그는 석사 공부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사업체를 모두 정리했다. 그가 성공한 사업가에서 만학도가 된 데는 우연히 켜진 불씨 하나가 크게 작용했단다. “2010년 12월 유럽 패키지 가족 여행 때 만난 선생님 한 분이 저한테 ‘학교는 어디 나왔냐’고 물어요. 1분 정도 답을 못하고 머뭇거렸죠. 그 시간이 저한테는 10분 정도로 길게 느껴지더군요. 그 자리에서 제 사정을 들은 선생님이 귀국 뒤 저를 따로 만나 검정고시 교재와 필통, 필기구까지 사주며 시험을 보라고 용기를 주었죠. 바로 공부를 시작해 넉 달 뒤 중졸 검정고시에 붙었죠. 사실 그 전에도 마음은 있었지만 막연히 어렵다고만 생각해 도전을 못 했죠.” 그가 사업에 전념할 때도 주변 사람들은 다 자신을 대졸이라고 봤단다. “말도 잘하는 편이었고 평소 신문도 꼼꼼히 보고 독서도 많이 한 덕분이었죠.”

초졸 뒤 18살 때부터 탄광노동자로
30대 초반 인천에서 건축사업 성공
2010년말 ‘멘토’ 덕분에 ‘만학’ 도전

지난해 평생교육원장 공모로 뽑혀
지역 8개대학과 ‘시민라이프칼리지’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누구나 문맹”

‘11년 전 선택’을 지금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자 그는 “두말할 것 없이 잘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김 원장은 “초등학교를 나온 뒤로 (졸업장과 같은) 증을 보자는 세상에서 살아왔다”며 말을 이었다. “제 인생 초반 50년은 부모님에게서 배운 겸손과 긍정의 자세를 동력삼아, 수많은 인생 전투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가난하고 못 배운 대신 남의 말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겸손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제 주변 사람들이 다 스승으로 보였죠. 저는 박사로 살아갈 후반부 삶도 행복하리라 생각해요.” 이런 말도 했다. “저는 사람의 운명은 따로 정해진 게 아니라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자신의 말과 생각, 습관,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요. 지난 제 삶에서 배웠죠.”

그는 최근 또 하나의 인생 전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6월 평생교육원장 취임 이후 열정적으로 추진한 ‘인천시민대학 시민라이프칼리지’가 14일 입학식을 열고 순조롭게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인하대와 인천대, 가천대 등 인천 지역 8개 대학과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평생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인천대는 문화예술이나 창업, 인하대는 인문철학이나 미래기술, 한국뉴욕주립대 등 송도에 캠퍼스가 있는 대학들은 국제이해와 언어 관련 강좌를 시민을 위해 마련했다. “대학이 자치단체와 협력해 캠퍼스를 시민들에게 열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국내 첫 시도이죠. 강좌도 시민 의견을 조사해 개설했어요. 지난 2일 봄학기 수강생을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천명 정원이 다 찼어요.” 그가 아이디어를 낸 이 프로그램 실행을 위해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단다.

인천시민대학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평생교육의 최대 수혜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는 김 원장은 ‘왜 평생교육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디지털 문맹을 보세요.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가짜뉴스에 휘둘리고 이 때문에 세대 갈등도 심하게 겪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보이스피싱도 많이 당하고요. 지금은 또 ‘군대 다녀오는 사이 내 전공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입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새로운 교육이 필요해요. 우리 헌법도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저는 먹거리와 일거리, 행복거리, 놀거리가 다 평생교육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한국 평생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학이 시민을 향해 담을 더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학령인구는 점점 줄지만 시민들의 배움 욕구는 더 커지고 있어요. 인구가 300만 명인 인천만 봐도 대학은 16곳이지만 재학생은 10만명밖에 되지 않아요. 시민과 대학생 비율이 29대 1이죠. 중졸 이하 시민도 20만명이나 됩니다.”

40년 가까이 산 인천을 ‘평생교육 8학군’으로 만들고 싶다는 김 원장에게 마지막으로 계획을 물었다. “제 체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책을 쓰고 싶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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