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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노자의 ‘선’, 이롭지만 다투지 않는다

등록 2022-06-20 16:42수정 2022-06-21 02:33

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자는 오늘날로 치면 주나라의 국립도서관의 사관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사관으로서 천자의 자문에 응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도서관에 비치된 수많은 책을 섭렵함으로써 자신만의 방대한 지식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주나라가 망해가자 노자는 벼슬을 그만두고 자연에 은거하기로 한다. 주나라 국경에서 문지기인 윤희가 노자를 가로막고 인생의 지혜를 적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를 거절하지 못한 노자가 며칠 만에 글 5천자를 적어주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경>이다.

흔히 노자의 사상을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요약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식으로 오해를 하지만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이란 법이나 제도보다는 자연스러운 본성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말함으로써 탐욕을 추구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물은 모든 만물에 이로움을 주지만 욕심이 없고 다투지 않으며 언제나 낮은 곳으로 향한다.

사람은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으면 그 위세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기 쉽다. 오죽했으면 먼저 나와서 밑에 깔리는 것은 똥밖에 없다는 말이 있겠는가. 노자는 물처럼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이 무너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물론 스승으로서 존중과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사라고 해서 학생을 훈계하고 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노자의 사상과 다소 어긋난다. 교사 자신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해도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훈계를 하는 것은 학생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행동의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교사가 낮은 자세로 학생에게 다가가고 학생의 말을 먼저 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의 공감을 얻고 친밀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바람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은 자식을 좋은 인생으로 이끌지 못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식이 원하는 길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것이 결국은 자식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돕는 방법이다. 자식이 돈을 많이 벌고 명예가 높은 길을 가지 않는다고 반대를 하는 것도 자식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처럼 다른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곳에 성공과 혁신이 기다리고 있다. 남다른 성공과 혁신은 남들이 모두 좋다고 가는 길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웅크리고 있다.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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