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혜원·마티스·고흐...어렵다!
명화라고 기죽지 마세요
요리조리 뜯어보면'아니? 이런뜻이'
명화라고 기죽지 마세요
요리조리 뜯어보면'아니? 이런뜻이'
‘명화’ 하면 학생들은 기가 죽는다. 그저 대가들의 작품이니 좋겠지 하는 정도이지 대놓고 감상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간혹 과제를 하러, 또는 주말에 부모님 손에 끌려 찾는 미술관이 지루하고 따분하기 그지 없는 마당에 당연하다.
<명화 속에 숨겨진 사고력을 찾아라>는 그런 ‘재미없는’ 명화들을 다룬다. 김홍도, 신윤복 등 우리나라 화가를 비롯해서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피터 브뢰겔, 파블로 피카소, 마우리초 코르넬리스 에셔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 책의 얼개를 이룬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논술 대비용 책자나 미술교과 참고서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작품을 하나 뜯어내고 분해하는 모양새가 어째 좀 다르다. 가령 김홍도의 <씨름>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옷과 신발과 표정을 남김없이 따진다. 한 씨름선수의 팔뚝을 보고 “쌀 한 가마니도 번쩍 들어올릴 만한 튼튼한 팔뚝을 가진 사람이 이길 것”이라거나, 두 선수 가운데 “대님이 보이지 않도록 보호대를 갖추고 혼자만 샅바를 차고 있는 사람이 양반”이라고 알려준다.
김홍도의 <점심>에 밥 그릇은 아주 크고 반찬 그릇은 작게 나온 것을 보고는 “아무래도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국수이거나 국밥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또 빈센트 반 고흐의 <빈센트의 방> 작품에서 벽에 걸린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왜 물건이 두 개씩 짝을 이루고 있는지, 삐거덕 소리를 낼 것 같은 나무침대엔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지 예리하고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래서 지은이의 해부칼을 따라가다 보면 “아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물론 그의 분석이 전적으로 맞는 것은 아닐지라도 뭐든지 찬찬히 뜯어보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지은이는 해부에만 그치지 않는다. 개구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의 기능과 배속 음식물 찌꺼기를 분석한 뒤에는 그 개구리가 어떤 곳에서 뭘 먹고 살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요소 분석’을 통해 ‘전체 의미’를 파악하는 작업을 한다.
김홍도 <점심>은 그저 낮밥을 먹고 있는 장면을 그린 조선시대 풍속화가 아니다. 먹을 게 부족해 국수나 국밥을 먹어야만 하는 조선 백성들의 고단하고 소박한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고흐의 승려 모습 <자화상>에는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물감과 붓을 든 태양처럼 노란 모자를 쓴 <자화상>에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에너지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로버트 랭던은 <다빈치 코드>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낱낱이 분석한 뒤 예수 옆에 있는 사람은 그의 부인인 막달라 마리아라는 등의 도발적이고 독특한 해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는 차치하고라고 예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해서 사물을 새롭게 보는 능력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어려운 것은 꼼꼼히 뜯어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문으로 보인다. 주득선·차오름 글. -주니어김영사/1만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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