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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필진] 나의 음악대학 이야기

등록 2006-03-10 17:04수정 2006-03-10 18:08

오늘 아침 출근길이 무척 심란했다. 오늘치 한겨레 신문에 실린 한 체육대학의 이른바 '신입생 군기잡기' 기사가 내 가슴한켠에 자리잡아 종일 마음을 휘저었다.

나에게 그 기사는 새로운 사실의 목도나 관찰이 아니라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의 재확인이였다.

필자는 한 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리고 할 학생이다. 지금은 휴학 중이고 올 가을학기에 복학할 예정으로 지금은 원목 방역회사에서 임시직 육체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필자의 신상을 밝히는 이유는 체육대학 내의 '군기잡기'가 체육대학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예체능'계열의 학과에 전반적인 문제이고 그것이 풍문을 통해 들었던 문제가 아니라 필자의 경험과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들었던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기에 조금은 길게 신상을 썼다.

필자는 소위 '음악 명문대학'의 작곡과를 가기 위해 수능을 무려 3번이나 쳤다.

하지만 많은 부족함으로 인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지금의 대학에 자리잡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음악대학 작곡과 학생의 신분은 얻었지만 허탈감과 자괴감만 가득한 대학생활이였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보다 군입대도 늦었는지라 한 학기만 다닌 뒤 곧장 군입대 할 예정이여 속된 말로 학교생활을 거의 '접었다'. 거기에 더해 과 선배들이 행하고 보여줬던 억압적인 언사와 신입생 행동의 제한은 음악에 대한 환멸로까지 이어져 내 마음을 가누기가 무척 힘들었었다.

그 당시 필자가 속해있는 대학을 다니다 지금은 다른 대학에서 작곡을 배우는 오랜 벗이 필자가 선배들의 억압적인 행동에 예민하게 대응한 것을 들었는지 나에게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네가 성질 급하고 격한 것은 아는데 나를 봐서라도 좀 참아주라. 내 친구간다고 잘 좀 대해주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니가 그렇게 행동하면 내가 어떻게 되냐? 일주일만 참아라. 그 뒤엔 아무도 너 안 건드린다. 제발 좀 참아도."그래서 머리도 박고 욕도 먹고 고개도 숙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아니였다. 주 1회 과 전체 학생이 모이는 날이 있는데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선배들의 억압적인 언사와 특히나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 뛰어난 능력을 볼 때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 필자는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나갔다. 필자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성격'이라 살갑게 대하는 선배들까지 '무시'하지 않았지만 이미 필자가 '성격 더러운 놈'으로 낙인찍힌 이상 피차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았기에 학교 내에서 '없는'듯 지냈다.

답답했다. '아무나' 대학생이 되는 시대이긴해도 아무리 그래도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 에서 비상식적인 억압적 문화가 있다는 것, 더구나 인간의 활동 중 가장 고귀하다는(?)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그런 문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 그 때나 지금이나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런 문화가 존재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예체능 계열의 학과에서 '선배'의 위치에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말 잘 듣게하기 위해서란다.결국 이 말은 자기의 뜻과 의견을 상대방이 따르게끔 하기위해 설득과 이해가 아닌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학기 초에 '군기'를 잡아놓으면 1년이 편한다. 시키는 것 잘한다. 나는 뭐 하고싶겠냐 하지만 나중에 편하다." 정말 무서웠고 분노했다.그런 말을 내뱉는 내 지인들에게 실망했고 그 말을 들은 뒤 다시금 학과 선배들의 언사와행동을 되짚었을때 분노했다.

존중, 이해 , 관용, 연대를 배우기 전에 힘의 논리를 배운 것이다. 모든 음악대학과 모든 체육대학에 억압적인 문화가 만연해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극적 '끼리끼리' 문화가 가득한 '예체능'계에 집단의 단결과 화합이라는 미명아래 억압적인, 폭압적인 문화가 상존하는 가능성과 만들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그 계열'옆에 살아있다.

나의 한학기 동안의 음악대학 생활은 바흐, 베토벤, 쇤베르크, 윤이상에 대한 말보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고 제단하는 말을 들어야하는 시간이였다.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어떻게 학교의 모습이 변했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들려오는풍문은 변한 것이 없다는 소리 뿐이다.

오늘 신문에 난 그 학교의 '체육대학' 학생들과 아직도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 '배우고'있는 모든 예체능 계열 학생들이 부디 자유로운 시간과 공기를 누리며 배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말, 누구를 억압하고 힘으로 의사를 관철시키면서 선배를 명찰아래 예술, 인생을 말하는 입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진심으로 묻는다. 부끄럽지 않소? 덪붙여 단합과 화합 논하기 전에 인간의 존중을 배우기를 모든 '그 선배'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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