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읍에 사는 이호연(79) 할머니가 어릴 적 부르던 제주 동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특히 아이들이 소꼽놀이 할 때 부르던 노래를 잘 알고 잘 부른다.
우리동요·동화 속으로/제주 동요 ‘깅이잡는 소리’ ‘재열잡는 소리’
우리나라에 여러 섬이 전국적으로 있는 것은 잘 알 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는 섬을 크기 순서대로 말하는 소리가 있대. 제주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인데, 제주도 말로 그대로 옮기면 이렇게 돼 있어. ‘일제주 이거저 삼남해 사진도 오광해 육완도’라는 소리가 그것이야. 이 소리는 제주도 사람이 이룩한 슬기의 산물이고 제주도에 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소리이기도 해. 제주도, 거제도, 남해도, 진도, 강화도, 완도 등을 크기로 따져서 읊는 거야.
제주도에는 아주 재미있는 소리가 많이 있어. 그 중에 하나를 알려 줄까. ‘곤밥 ㅎ·라/ 조팝 ㅎ·라/ 나그네 왐쩌// 곤밥 ㅎ·라/ 조팝 ㅎ·라/ 나그네 왐쩌//’라는 거야. 같은 소리를 거듭 반복해서 하는데 이 소리가 무엇을 할 때 부르는 소리인지 궁금하지. 게다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 듣겠어?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울 거야. 제주도에서 자라난 동무들도 어쩌면 알기 어려울 거야. 한번 표준어로 바꿔볼까. ‘고운 밥 해라 조밥 해라 나그네 왔어.’ 이렇게 되지. 고운 밥은 쌀로 지은 밥을 말하고 조밥은 조로 지은 밥인데,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쌀밥을 먹기가 곤란했는데 귀한 손님이 왔으니 밥을 해서 대접하자는 거야.
사실 이 소리는 예전에 제주도 아이들이 바다 갯가에 나가서 ‘깅이’를 잡아서 놀리면서 하는 소리야. 깅이는 제주도 말로 게를 말하지. 제주도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옆으로 기는 게를 잡아서 이 소리를 부르는 거야. 노래를 부르면 신기하게도 게가 입에서 거품을 내뿜는다고 해.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소리를 해서 거품을 내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건지, 아니면 소리를 듣고 그러는 건지 매우 궁금하지만 아무튼 아이들은 이 소리를 부르면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 소리를 하고 놀았던 시절이 이 아저씨는 매우 그리워. 요즘 우리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아니면 외국에서 들여온 교육 완구들을 가지고 노는데, 예전에는 살아있는 생물을 잡아서 놀면서 깔깔거리고 말을 주고받기도 했지. 너희들도 어릴 때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장난감이랑 같이 묻고 답하는 버릇이 있었을 거야. 오늘날 우리들은 인공적인 것들을 가지고 놀지만, 옛날 아이들은 주변에 펼쳐진 자연에서 얻은 생물을 가지고 말을 하고 놀이를 하면서 소리를 하고 장난질을 했어. 이것은 아주 특별한 방식이고 생명체의 소중함을 아는 방식이기도 한 것 같아.
이 소리는 제주도에 전하는데 제주도 전체 섬에 흔하게 전하는 소리야. 제주도 말은 육지의 말과 너무나 달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어.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자라면서 말을 배운 사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는 말인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전혀 이 소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 하지만 우리가 듣고 자란 말씨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기지 마. 예전에는 각 고을마다 말이 다르고 음식이 달랐어. 그래서 그 고장에 가서 특별한 말을 들을 수 있었어.
사투리는 우리가 풍부하게 가꾸고 이어받아야 할 유산인데, 오히려 창피하게 여기고 학교에서도 이 말을 가르치지 않아서 자꾸만 잊혀지고 있어. 잊혀질 뿐만 아니라,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야. 아름다운 유산, 제주도의 말을 이 소리를 통해서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우리는 천연기념물을 지정하고 문화재를 지정해서 사라져 가는 것을 지키려고 야단을 떨고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이 아름다운 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아. 우리들의 마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런 소리를 살리는 게 시급하다고 봐. 제주도 아이들이 즐겨 불렀던 소리가 하나 더 있어. 매미를 잡으면서 하는 소리인데, 도회지에서 목청을 높여 우는 여름철의 매미를 제주도 아이들이 어떤 소리를 하면서 잡았는지 궁금하지. 이 소리가 더욱 재미있을 거야. ‘주월재열 ㄴ·려오라/ 주월재열 ㄴ·려오라/ 개똥범벅 ㅎ·여주마//’라고 하는 소리야. 매미를 제주도 말로는 재열이라고 해. 그리고 주월은 등에의 일종인데 말과 소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이야. 개똥범벅은 개똥으로 만든 버무리를 말하지. 매미가 변태를 해서 날개를 펴기 전에는 굼벵이로 지내는 거는 다들 알고 있을 거야. 굼벵이가 개똥이나 쇠똥, 말똥 속에서 많이 살았는데 이거를 알고서 이 소리에다 엮어 넣은 것이지. 바로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관찰력이 빛을 발해서 이런 소리를 만들어 낸 거야. 무엇을 하든지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생각해야 해. 아이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세상은 맑고 밝아. 예전 제주도 아이들이 소리로 하는 것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해. 제주도 말을 배우고 제주도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이 소리를 하는 다시 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글·사진 김헌선/경기대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 y3k@kyonggi.ac.kr
사투리는 우리가 풍부하게 가꾸고 이어받아야 할 유산인데, 오히려 창피하게 여기고 학교에서도 이 말을 가르치지 않아서 자꾸만 잊혀지고 있어. 잊혀질 뿐만 아니라,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야. 아름다운 유산, 제주도의 말을 이 소리를 통해서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우리는 천연기념물을 지정하고 문화재를 지정해서 사라져 가는 것을 지키려고 야단을 떨고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이 아름다운 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아. 우리들의 마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런 소리를 살리는 게 시급하다고 봐. 제주도 아이들이 즐겨 불렀던 소리가 하나 더 있어. 매미를 잡으면서 하는 소리인데, 도회지에서 목청을 높여 우는 여름철의 매미를 제주도 아이들이 어떤 소리를 하면서 잡았는지 궁금하지. 이 소리가 더욱 재미있을 거야. ‘주월재열 ㄴ·려오라/ 주월재열 ㄴ·려오라/ 개똥범벅 ㅎ·여주마//’라고 하는 소리야. 매미를 제주도 말로는 재열이라고 해. 그리고 주월은 등에의 일종인데 말과 소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이야. 개똥범벅은 개똥으로 만든 버무리를 말하지. 매미가 변태를 해서 날개를 펴기 전에는 굼벵이로 지내는 거는 다들 알고 있을 거야. 굼벵이가 개똥이나 쇠똥, 말똥 속에서 많이 살았는데 이거를 알고서 이 소리에다 엮어 넣은 것이지. 바로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관찰력이 빛을 발해서 이런 소리를 만들어 낸 거야. 무엇을 하든지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생각해야 해. 아이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세상은 맑고 밝아. 예전 제주도 아이들이 소리로 하는 것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해. 제주도 말을 배우고 제주도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이 소리를 하는 다시 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글·사진 김헌선/경기대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 y3k@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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