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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소녀, 사막같은 세상에 맞서다

등록 2006-04-02 18:26수정 2006-04-04 13:19

1318 책 세상

바람의 딸 샤바누

제목만으로도 사막의 모래바람이 귓전을 때리는 책이다. 뉴베리상 수상작인 <바람의 딸 샤바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땅, 파키스탄의 촐리스탄 지역에 살고 있는 한 유목민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문학의 대부분이 영미권 중심인 탓에, 파키스탄이란 지역이 주는 낯설음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낙타를 친구삼아 지내는 12살의 샤바누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이 옥죄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쉽게 놓지 않는 지혜로운 소녀다. 하지만 이 지혜는 아직 무르익지 않아, 좌충우돌을 거듭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어느덧 결혼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바누는 불편한 차도르를 쓰기 싫어하고, 자유롭게 낙타와 함께 껑충껑충 뛰어다니기를 좋아할 뿐이다.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복종심이 없는 그녀를, 아빠와 가족들은 언제나 걱정스러워 한다. 특히 아빠는 샤바누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복종을 가르치려고 한다.

샤바누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이혼한 이모뿐이다. 늘 샤바누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격려해 준다. 이모는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 딸과 살고 있다. 샤바누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 이모의 삶을 동경한다.

때론 신비롭고 때론 험난한 사막생활을 지독하게 자세히 그려낸 작가의 글 솜씨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사막의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자인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는 통신사인 유피아이 기자로 오랜 세월 파키스탄에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덕분에 상세한 사막에서의 삶은 더욱 생동감 있다. 그녀의 전작 <위험한 하늘> 역시 파키스탄 유목민의 소녀 이야기를 다루었다. 언제나 문제작만을 펴낸 작가의 33번째 작품이니만큼, 그 문학성이 너무나 강렬하다.


여러 가지 사건이 겹치면서 샤바누는 그동안 짝사랑해왔던 무라드를 언니의 남편으로 보내야만 하는 데다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아내가 있는 지역 유지의 네 번째 아내로 들어가야 할 상황에 처한다.

사막의 삶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여성’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집요하게 묻는 일은 이 책의 또 다른 성취다. 결혼을 앞둔 두 자매의 삶이 대비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그들의 삶이 비극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서, 동생 샤바누는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과 정면으로 맞선다.

이 소녀의 앞길에 대해 지은이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 주지는 않는다. 모래폭풍과 맞서려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샤바누의 삶에 대한 상상을 맡기고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와는 정말 다른 낯선 세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청소년들에게 생각거리와 의문부호를 쉼 없이 던져준다. 또 신선한 간접체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게다가 토버, 차파티, 루피, 차도르 등 이국 문화의 새로운 용어들도 흥미 있다. 배수원/주니어김영사 편집부장 swbae@gimm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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