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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1만원이면 충분한 교복값이 35만원?

등록 2005-02-18 17:52수정 2005-02-18 17:52

“아니, 이럴 수가!”

올해 3월부터 경기 안양 ㅇ고등학교에 아들 민혁(16)이를 보내는 학부모 이덕경(43·여)씨는 “교복 값으로 35만원을 내라”는 청구서를 받아 쥐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학부모들이 교복 만드는 업체를 직접 뽑아 옷을 주문생산하는 이른바 ‘교복 공동구매’로 지난해 딸 민승(15)이 옷을 맞출 때만 해도 교복 값이 11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ㅇ교복 업체에 “너무 비싸다”고 항의했지만, “아이 덩치가 커 옷을 새로 맞추느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지만 3년 전 민혁이가 교복 공동구매를 하는 서울 ㅇ중학교에 올라갈 때는 다른 아이와 비슷한 수준인 12만원의 돈을 내고도 옷을 맞춰 입을 수 있었다.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동구매’ 위축…학교쪽 비협조에 대형업체들 사은품 공세

학부모들이 함께 교복을 주문 생산하는 ‘교복 공동구매’가 도입된 지 4~5년이 지났지만, 학교 쪽의 협조 부족과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부담, 교복 업체들의 ‘사은품’ 공세 등으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부모 단체들은 학교 쪽이 신입생들의 입학 전에 교복 공동구매의 취지와 방법을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교복 공동구매는 학부모들이 ‘교복 공동구매 위원회’를 꾸려 공개경쟁입찰로 교복 납품업자를 뽑는 것으로, 2000년 처음 도입된 뒤 30만원대를 넘어서던 교복값 거품을 20만원 안팎으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를 채택하는 학교 수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쪽에서는 이 여파로 2002년에만 해도 교복 공동구매에 나선 수도권 지역 학교가 200개가 넘었지만, 올해는 그 수가 20개 안팎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복 공동구매로 지난해 하복을 6만5천원(시장 가격 12만원)에 맞춘 경기 성남 ㅊ중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위한 동복 공동구매를 포기했다. 학부모회 쪽에서는 지난해 여름 교복을 맞췄던 경험을 살려 올해 신입생들을 위해 겨울 교복 공동구매를 하려고 했지만, 학교 쪽에서 “교복 구입의 당사자인 1학년 학부모들의 참여가 없어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1학년 학부모들이 직접 모임을 꾸릴 수 있도록 3월 말부터 교복을 입게 조처해주면 된다”고 제안했지만, 학교에서는 그마저도 거부했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납품자를 선정하고, 아이들 신체 치수를 일일이 재는 과정이 번거로운 점도 교복 공동구매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 틈을 타 대형 교복업체들은 면티·무릎담요·운동복·신발·손목시계 등의 사은품을 뿌리며 학생들을 대형 매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교복 시장은 엘리트·아이비·스마트 등 3개 대형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 시장으로, 2001년에 가격 담합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배옥병 서울 남부교육시민연대 대표는 “2000년 공동구매를 시작했을 때는 남부교육청 관내에서만 12학교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참여 학교 수가 줄고 있다”며 “학교가 교복 공동구매를 학부모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1학년 학부모들이 직접 공동구매를 할 수 있게 교복 착용 시기를 늦추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는 각 학교에 교복 공동구매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으며, 학부모들이 공동구매를 원하면 교복 착용 시기를 늦추라는 지침도 내려보냈다”며 “그러나 1학년 학부모들이 개학 전에 모여서 공동구매를 논의하는 것이 어려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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